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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주고 협의하는 감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앞으로의 감사방향을 종래의 사후적발·처벌위주에서 예방·지도적 감사로 바꾸기로 했다. 정부의 이러한 방침에 따라 감사원은 공무원들의 긍정적 요소의 발굴에 힘쓰고 우수 공직자의 사기를 올려주되 무사안일 자에 대해서는 사소한 비위 자보다 더 엄격하게 다스리기로 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의 임무가 공직사회에 존재하는 부분적인 문제점을 추출, 시정함으로써 부정·부패를 추방하고 보다 능률적이고 민익에 봉사하는 행정을 구현하는데 있는 이상 감사활동 때문에 행정의 마비나 공무원들의 위축을 초래하는 일은 자계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을 미루어보면 처벌위주의 감사로 인한 역기능이나 부작용이 적잖이 빚어진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 역기능의 하나가 모함이나 무기명투서의 횡행이다.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남을 못살게 굴려는 못된 풍조를 없앨 수 있다는 점 하나만 갖고도 처벌위주의 감사를 계도위주로 바꾼 정책전환은 잘한 일이다.
감사반이 관청을 지나간 후에는 으례 적잖은 수의 공무원이 자리를 물러나고 더러는 형사 문제화되는 일까지 생기곤 했다.
감사로 인한 희생자들의 대부분은 물론 대소간에 비위가 있는 사람들이지만, 개중에는 무고한 사람도 있고 때로는 일에 대한 욕심이 많아 너무 많은 일을 하려다가 동료들의 미움을 산 경우도 없지 않았다.
무사안일이나 책임전가 같은 소극적인 복무자세가 금품수수 등 부조리 못지 않게 시급히 개선되어야할 과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감사선풍이 불때면 감사에서의 지적이 두려워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업무의 소신 있는 추진보다 무사안일에 매달리는 보신주의를 택하게 되고 공무원들의 업무처리가 지나치게 원칙주의·관료주의로 흐르게 된다.
서릿발같은 감사로 부정과 비리가 척결되는 일에 국민들은 청량감을 느낄 수도 있으나 행정의 일시적 마비나 경직으로 인한 궁극적 폐해가 국민들에게 돌아오고 만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감사방향전환의 또 하나의 특징은 계층별 감사제를 도입, 중앙기관이나 주요기관을 제외하고는 해당기관의 차상급 기관이 감사를 전담토록 한 점이다.
지금까지 해온 제3기관의 감사제도는 객관성을 띨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내부사정을 너무도 모르기 때문에 서류나 법규상의 감사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피감기관은 법규상의 하자만 없으면 책임추궁을 면할 수 있다고 해 얕은꾀를 생각해 내기 쉬우며, 뿐만 아니라 자체 방어의식이 생겨 내부적인 잘못이나 모순은 서로 감싸고 감추려는 타성에 젖게된다.
행정상의 문제점을 가장 잘 아는 기관은 일선 행정기관이다. 외부의 감사기능이 지나치게 강대해서 이런 기관들의 자체방위 본능으로 비위를 감추는 데만 급급하다면 행정의 자율성·탄력성을 유지하면서 부정이나 비위를 척결한다는 감사본래의 기능은 반감되고 말 것이다.
때문에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자율적인 감사기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조장하면서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모순점이나 대국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는 객관성을 띠는 감사기관이 개입하는 방식인 것이다.
감사원이 앞으로의 감사방향을 『도와주고 협의하는 감사』로 바꾼 것을 잘한 일이라고 보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앞으로 일선 행정기관의 할 일은 외부의 간섭을 자초하기 전에 추상같은 자체감사를 통해 『깨끗한 정부』를 구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앞장서 실천하는 것이다. 모든 공직자들은 무사안일과 보신주의의 소극적 복무자세가 부정 못지 않게 국가 발전의 저해요인이란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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