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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몰린 유흥가 주름잡던 외국인 조폭들 무더기 적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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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유흥가 등에서 자국민을 대상으로 폭력을 휘두른 외국인 조직폭력배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외국인 전용 주점 등을 돌며 폭력을 휘두르고 금품을 갈취한 혐의(폭력 행위 등)로 외국인 조폭 11명을 붙잡았다고 17일 밝혔다.

11명 중 7명이 태국인이고 4명은 몽골인이었다. 경찰은 이들 중 두목인 N(33)씨 등 태국인 4명을 구속하고 M(30)씨 등 태국·몽골인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달아난 태국인 S(30)씨를 수배했다. 이들은 지난 7월 6일 새벽 2시20분쯤 인천 부평구 한 외국인 전용주점에서 "술값 180만원을 내라"고 요구하는 태국인 K(23)씨 등 3명을 폭행해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N씨 등은 취업비자로 2~3년 전 우리나라로 들어왔다. 남동공단 등 인천지역 공장에서 일하면서 친분을 쌓은 이들은 주말이 되면 부평 등 외국인 전용주점이 밀집된 유흥가를 드나들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처음엔 길에서 마주친 취객들과 시비가 붙으면 집단으로 몸싸움을 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같은 태국인 등이 운영하는 유흥주점에선 술값을 내지 않고 행패를 부렸다. 몸에 새긴 호랑이와 거북이 등의 문신을 보여주고 흉기를 들이밀며 '조폭'이라고 위협했다.

급기야 조직도 만들었다. 이들은 살던 동네의 이름을 따 자신들을 '거북이파' 또는 '거북깡패'라고 불렀다. N씨 등 태국인 8명은 이런 식으로 2013년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4차례에 걸쳐 술값 530만원을 떼먹고 외국인을 상대로 폭력을 휘둘렀다. 주로 자국민인 태국인들을 폭력 대상으로 삼았다.

주말이면 '거북깡패'로 악명을 떨치던 이들은 평일이면 공장으로 돌아가 성실하게 일하는 이중성을 보이기도 했다. 더욱이 외국인 전용주점은 내국인이 출입을 할 수 없는데다 피해자들도 신고를 꺼리면서 이들의 폭력 행위는 외국인 밀집 지역 내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통했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몰리는 지역에 '거북깡패'라는 조폭이 활동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에 의해 결국 붙잡히게 됐다. 또 '거북깡패'처럼 외국인 밀집 지역에서 조직적으로 활동하던 몽골인 조폭 4명도 함께 붙잡혔다.

경찰은 이들의 여죄를 수사하는 한편 인천뿐 아니라 안산 등 다른 외국인 밀집 지역에서도 활동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외국인 관광객 등이 인천으로 몰리고 있는 만큼 관련 범죄 예방을 위해 노력하겠다" 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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