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꽃 개막식 때 민속의 정수 보여주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88년 서울올림픽이 확정됐다. 올림픽의 꽃이라 불리는 개막행사는 주최지의 전부를 한눈에 보여주는 편린이 되는 까닭에 벌써부터 많은 관심을 모은다. 한량순교수(연세대·체육학)로부터 각국에서 열린 개막행사 내용을 토대로 우리의 나아갈 방향을 들어본다. 개막행사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개최지의 고유한 민속춤을 내용으로 한 것과 현대적인 매스게임이 그것이다.
1972년에 열린 뮌헨올림픽에서는 녹색 옷을 입은 남자들이 무릎을 치며 추는 바바리언댄스가 선보였는가하면, 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는 리본·공 등을 이용한 신 체조를 내놓아 세계적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규모의 경기를 개최하는 곳의 대부분은 그들의 고유한 민속춤을 보여줌으로써 자국의 문화를 알려주는 동시에 이해를 도우려는 경향이 많다』고 한교수는 일러준다.
멕시코 올림픽(68년)에서의 서반아풍으로 된 멕시컨 포크댄스, 일련의 아시안게임개최지였던 필리핀·타일랜드·인도네시아 등지에서 각각 소개된 수건 춤, 대나무 춤, 우아한 손가락 놀림을 보여주는 민속 춤, 나무껍질로 만든 하트형 부채를 허리에 꿰차고 추는 부채 춤 등은 그 좋은 예다.
따라서 한교수는 개발도상국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을 바로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민속무용을 주로 해야할 것이라는 견해를 보인다.
움직임이 좋으면서 우아함을 함께 갖춘 부채춤, 강강수월래, 농악 등이 바람직하다는 것.
특히 강강수월래와 농악은 춤의 리더에 의해 독창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다양성이 높고 대규모의 인원동원으로 웅장한 맛을 줄 수 있어 이미 외국학자의 관심을 모은바 있다는 민속춤들. 강강수월래는 정적이면서도 동적인 느낌을 함께 포함하고 있으며, 농악의 경우 끈을 이용한 여러가지묘기가 신 체조와 일맥 상통한 점이 있어 서구인에게 낯설지 않으면서도 독특한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단오절에 즐겼던 기둥을 가운데 세우고 오색줄을 율동과 함께 엮어나가는 춤도 화려한 멋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
한교수는 『빅게임전 또는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민속경기를 소개하는 것도 특색을 지니는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차전놀이 같은 대규모 민속경기롤 유래와 역사적 의의, 경기규칙 등을 설명해주면서 실제 시범경기를 해 보이면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개막행사 프로그램에서 매스게임의 비중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한교수의 의견.
체코슬로바키아의 술레트축제에서부터 현대 매스게임이 시작된 이래 매스게임은 날로 그 중요도를 더해가고 있다.
한교수는 『앞으로 열릴 전국체전을 중심으로 그 내용을 분석, 평가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한다.
즉, 앞으로 4년동안 전국체전 매스게임에서 가장 좋은 것을 선택, 체육학자·무용학자가 함께 참여하여 보완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총괄책임자 1명을 선정, 1년이상의 구상을 통해 안무를 끝마치고 나서 무용과에 재학중인 대학1년생을 대상으로 3년간 훈련시키면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교수는 『체육도 문화의 하나이므로 그 민족의 문화행사」라는 차원에서 진행된다면 손색없는 올림픽을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