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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첫 영리병원 불허 결정 … 졸속 추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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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국의 한 기업이 제주도에 세우려던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이 들어설 수 없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15일 중국 톈진화예(天津華業)그룹의 국내법인 CSC가 신청한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인 싼얼(善爾)병원을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병원은 피부·성형외과 중심으로 48개 병상을 갖춘 소규모 시설이다. 만약 허가가 났다면 국내 1호 투자개방형 병원 기록을 세울 뻔했다.

 이 병원은 지난달 12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보건·의료 분야 서비스산업 육성 대책의 핵심 의제로 보고됐다. 당시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이달 중 이 병원 승인 여부를 확정 짓겠다고 말해 마치 승인해줄 것처럼 보고했지만 한 달 만에 없던 일이 됐다. 톈진화예그룹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투자활성화 성과에 쫓겨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복지부 최성락 보건의료정책관은 15일 “외교부가 중국 현지에서 조사한 내용과 CSC의 사업계획서 보완계획을 검토한 결과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톈진화예그룹의 투자 적격성에 문제가 있고 ▶응급의료체계가 여전히 미흡하며 ▶줄기세포 시술 관리·감독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최 정책관은 “최근 외교부를 통해 주중 한국대사관에 톈진화예그룹의 경영 상황을 문의한 결과 대표가 구속됐고 채권·채무 관계가 복잡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모기업의 자금력과 향후 안정적인 재원조달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CSC는 지난해 2월 투자개방형 병원 설립을 신청했다가 응급의료체계 미비, 줄기세포 불법 시술 우려 등을 이유로 승인이 보류됐다. 이후 지난해 10월 제주도의 한 종합병원과 응급의료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사업계획서에서 줄기세포 부분을 삭제했다. 하지만 이 종합병원이 5일 응급의료 MOU를 해지했다. 또 제주도가 줄기세포 시술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대표 구속과 계열사 부도설은 지난해 말부터 돌았다. 복지부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5월 중국 경영진의 비위 사실을 인지했으나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복지부의 요청을 받은 주중 한국대사관이 6월 “개인 신상 문제라 확인할 수 없다”며 자세한 조사에 협조하지 않자 그대로 받아들였다. 제주도 측도 별도로 확인했으나 문제가 없다고 하자 그대로 믿었다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확인해 불승인 결론을 낸 것이다.

세종=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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