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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땐 햇볕을 쬐어라"|미학자들 일조량과 호르몬의 관계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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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이 물러가고 태양광선이 엷어지는 가을철로 접어들었다. 태양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우리나라 사람에 비해 구미인들은 틈만 나면 태양을 쬔다. 식물의 성숙에 태양이 중요한 작용을 하듯 인체의 생리도 태양에 의해 크게 지배받는다는 것이 최근 여러 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밝혀졌다. 사람이 받는 태양광선의 조사량은 정신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비롯, 수태율·활동력·적응력과 비타민D결핍증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 이 때문에 언제나 실내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일조량이 적은 북반구에 사는 사람들은 심신에 여러 가지 나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이 태양광선 등 빛을 보는 순간, 빛은 시신경을 통해 뇌속 시상하부에 도달하고 다시 척수와 목 위쪽의 신경절을 통해 「솔방울 샘」(송과선)이라는 작은 분비샘에 도달, 멜라토닌이라고 부르는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한다는 것. 멜라토닌이야말로 빛과 인체의 리듬과의 관계를 조절하는 주요한 호르몬이다.
뇌의 중심부에 있는 솔방울 샘은 일부 파충류와 조류에서는 머리꼭대기에 노출돼있어 「제3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멜라토닌은 우울증을 유발하고 수태력을 떨어뜨리며 활동력을 저조하게 만드는 성분으로 밝혀졌는데 이 호르몬은 주로 밤에 분비되고 태양광선이 적은 겨울철, 또는 실내에서만 일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분비된다.
미국 오리건대학 건강과학센터의 정신과 의사인 「루이」박사는 대낮의 태양광선 같은 매우 밝은 빛에 사람이 노출되면 멜라토닌의 분비가 억제된다고 밝혔다. 그는 적도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사는 사람일수록 태양의 빛과 어두움에 더욱 민감하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상당히 북쪽에 위치한 핀란드의 경우 태양빛이 적은 겨울철에 우울증환자가 많고, 하루 20시간씩 일광이 비치는 6∼7월에는 수태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극지에 사는 주민과 일부 온대지방주민 중에는 계절적으로 우울증·열광증·자살충동 중환자가 많이 나타나는 경향도 관찰되고 있다.
「루이」박사는 사람에게 유효한 호르몬 분비의 촉진만을 생각할 때는 현재의 가정·사무실·공장의 조명보다 3∼4배는 밝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현재의 에너지절약형 조명과 멋있게 디자인된 어두운 실내 조명기구 등 신체의 리듬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 호텔 및 레스토랑·유흥업소의 어두운 간접조명들은 사실은 신체에는 별로 이롭지 않다는 주장이다. 보통밝기의 실내조명은 햇빛이 비치는 야외의 그늘보다도 조명강도에서 10%가 떨어진다.
미국MIT 공대교수인 「우르트먼」박사는 사람은 이 때문에 가능한 한 옥외에서 태양 빛을 쬐고 실내 커튼을 될수록 열어 일광이 들어오도록 함으로써 심신의 리듬을 쾌적하게 유지하는게 좋다고 했다.
미국뉴저지주의 환경광선 생태학연구소의 책임자인 「필립·C·휴」박사는 일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소련의 노동자들은 인위적으로 자외선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몇몇 노조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좀더 많은 태양광선이나 실내의 인조자외선 등 건강한 빛을 받도록 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대부분의 셀러리맨들은 실내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적당한 태양광선을 쬘 기회가 없어 실내조명을 좀더 밝게 하고 인위적으로 자외선을 쬐도록 조명을 개선, 신체리듬을 조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기적으로 우울증을 겪는 사람은 빛에 민감한 사람인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은 강렬한 빛은 해로우므로 한 단계 낮은 밝기의 빛을 계속 쬠으로써 멜라토닌분비를 서서히 억제,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
우리 주변에는 겨울을 싫어하는 사람이 매우 많다. 이 멜라토닌의 분비가 많아지기 때문으로 증세가 심해지면 겨울동안 우울증에 빠졌다가 봄에는 우울증이 사라지는 우울증 환자가 된다. 「루이」박사 팀은 이 환자를 하루 3시간은 해가 떠오르는 여명에, 3시간은 해가 지는 황혼 빛에 인위적으로 노출시켜 4일만에 조울증을 치료했다고 보고했다.
이 치료법은 조울증환자에게 봄을 맞은 듯이 광선을 찍게 함으로써 멜라토닌의 분비를 조절한 것.
최근에는 건강한 사람들에 비해 빛의 강도를 크게 못 느끼는 맹인들의 멜라토닌 리듬이 눈뜬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도 연구되고 있다.
미국의 몇몇 학교에서는 에너지절감형의 특수조명이 충분한 빛의 스펙트럼(분광)을 발사하지 못해 눈의 통증·두통·구토 등을 유발한 것으로 관찰돼 이런 조명의 사용이 금지됐다.
태양광선의 자외선은 비타민D를 공급하고 멜라토닌 등 신체의 호르몬과 리듬을 조절하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이제부터 태양광이 약해지고 일조시간이 점점 짧아지므로 언짢은 일이나 스트레스를 느끼기 쉬운 사람들은 가능한 한 옥외로 나와 햇빛을 많이 쬐는 것이 정신 및 육체건강에 약이 된다. <손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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