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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잠수함 탄도미사일 개발 가능성" … 킬체인 무력화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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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개발과 관련해 군 당국이 처음으로 그 가능성을 인정했다. 합동참모본부의 한 관계자는 14일 “북한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수직발사관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포착했다”며 “한·미 공조로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합참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진성준(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도 “현재까지 북한이 잠수함에 미사일을 탑재해 실제 운용하고 있다는 첩보는 없다”며 “하지만 최근 북한 잠수함에 미사일을 탑재했을 가능성이 일부 식별됐다”고 밝혔다. ‘가능성이 식별됐다’는 식의 모호한 표현을 사용해 개발 가능성을 인정한 셈이다.

 북한이 SLBM을 전력화한다면 한·미 양국은 대북 전략을 뒤바꿔야 할 만큼 민감한 사안이다. 북한의 SLBM 보유를 인정하는 측에서는 소련에서 개발한 ‘R-27(SS-N-6)’을 유력 후보로 꼽고 있다. 1967년 개발된 R-27의 사거리는 2400~4000㎞에 달한다. 만약 북한이 서해에서 쏘아올린다면 일본 오키나와(약 1250㎞)는 물론 괌(약 3200㎞)의 미군 기지도 공격할 수 있다.

 더 민감한 문제는 탐지가 어렵다는 점이다. 천안함 폭침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바다 밑에서 이동하는 잠수함은 군사위성이나 무인정찰기 등을 통한 탐지가 매우 어렵다. 만약 북한의 잠수함이 사할린 북쪽 바다까지 진출해 SLBM을 발사한다면 미국 본토인 알래스카(약 4000㎞)까지도 공격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우리 군 당국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봉쇄하기 위해 구축하고 있는 ‘킬 체인(Kill chain·미사일 탐지 후 공격으로 잇는 방위시스템)’조차도 무력화된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SLBM을 전력화한다면 핵무기에 이어 또 다른 비대칭전력을 확보하는 셈”이라며 “한·미 양국으로서는 가장 생각하기 싫은 끔찍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군은 지금까지 북한의 SLBM에 대해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일축해왔다. 탄도미사일 장착은 골프급(3500t) 이상의 잠수함에서 가능한데 북한은 이보다 작은 로미오급(1800t) 잠수함만 보유하고 잇는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로미오급 잠수함은 크기 등의 한계로 미사일 수직발사대를 장착하기 어렵다. 노동신문이 지난 6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사진을 보도하면서 공개한 잠수함도 로미오급이었다. 합참 관계자는 “최근 북한이 건조하는 잠수함은 기습 침투나 상륙작전을 염두에 둔 1000t톤 이하 가 대부분”이라며 “골프급 잠수함을 건조한다는 정보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골프급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군사연감 ‘제인 함정 연감’도 94년 5월호에서 이미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골프급과 로미오급을 포함해 40대의 퇴역 잠수함을 사들였다”고 기술했다. 골프급 잠수함은 소련에서 개발했으며 수직발사대를 설치해 탄도미사일 3기를 장착할 수 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골프급 잠수함은 소련이 이미 수십 년 전에 완성한 잠수함”이라며 “북한이 아직도 이를 만들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긴 어려운 만큼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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