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사스'대책 허점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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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방역 전선에 불안한 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중국의 사스 감염자가 당초 발표보다 8배나 많은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는 가운데 지난 주말부터 '사스 휴교'에 들어간 우리 유학생들이 대거 귀국길에 올라 방역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최근엔 미국에서 입국한 40대 남자가 폐렴과 고열 증상을 보이는 등 사스 의심 환자가 잇따라 나와 국민을 불안케 하고 있다.

사스는 어제까지 세계 26개국에서 3천8백여명이 감염되고 2백17명이 숨지는 등 한달 이상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다. 홍콩.중국 등 사스 위험국에 포위된 우리나라도 환자 발생은 시간문제다.

특히 초동 대처가 잘못돼 최근 베이징(北京)에서만 하루에 1백명 이상의 환자가 새로 발생하는 등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중국이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베이징에 유학 중인 1만5천여명 가운데 상당수가 휴교 중 사스 피난을 위해 귀국할 경우 혹시라도 사스 감염자가 포함될 수 있어 발등의 불이다.

당국은 공항에서 입국자들에 대해 체온검사를 실시하고 의심 환자 발견에 대비해 격리 병상 추가 확보에 나섰지만 만의 하나라도 검역에 허점은 없는지 꼼꼼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우리 보건당국은 아직까지 사스 환자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그동안 의심 환자 진단이나 격리 등 당국의 전반적인 대응은 국민에게 큰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사스 감염 여부를 판정하는 기준이 사안마다 달라 혼선을 일으키는가 하면 정부 자문위원들끼리 증세 판정에 이견을 보이며 대립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또 유사 증세로 치료를 받다 성급하게 퇴원하는 경우도 잇따라 2차 감염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키우고 있다.

정부는 사스 발생 초기에 '쉬쉬'하다 확산을 부추긴 중국의 사례를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스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공포감을 갖거나 상황을 일부러 축소할 필요는 없다. 만반의 경계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최선이다. 사스 방역은 이제 고비를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