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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기업 영업이익률 14%…금융위기 이전 수준보다 높아

중앙일보

입력

미국 다우지수가 1만7000선을 웃돌고 있다. 금융위기 직전 주가 수준보다 20% 정도 높다. 그만큼 미 경제가 성장했다는 말인가. 아니다. 미 경제는 2차대전 이후 가장 지지부진한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 기업들의 실적은 어떨까.

올 6월 말 현재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에 편입된 미 기업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4% 정도였다. 1990년 이후 최고치다. 금융위기 직전엔 13.8% 수준이었다. 영업이익률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보다 높다.

영업이익률은 기업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영업이익을 따져보는 지표다. 증권 투자 등 돈놀이로 벌어들인 수익(재무활동에 의한 이익)이 더해지지 않은 것이다. 기업 수익력의 맨얼굴을 보여주는 숫자인 셈이다. 금융위기 절정기 영업이익률은 8.6%였다. 기업들이 금융위기 충격에서 벗어났다는 증거다.

영업이익률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곧바로 현금흐름도 나빠진다. 기업의 부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주가 상승률은 영업이익 증가율에 비례한다. 블룸버그는 “영업이익률 14%는 데이터가 집계된 1990년 이후 최고 수준”이라며 “현재 경기 사이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이르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라고 11일 전했다. 이 말은 앞으로 올라갈 일은 별로 없고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얘기다. 미국 주가 상승률이 둔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원조 ‘닥터 둠’인 마크 파버 '글룸 붐 앤드 둠'(Gloom, Boom and Doom) 발행인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미 주가는 순이익 흐름에 비춰 너무 비싸졌다”라고 했다. 영업이익률을 보면 그의 진단이 터무니없진 않은 셈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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