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제발전과 가격자율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음식료금·서비스요금 등을 비롯, 각종 품목의 가격자율화조치이후 시중의 가격동향은 아직 제자리를 찾기 위한 유동상태에 있다.
오랫동안 행정규제라는 타율적인 가격체계아래서 움직여온 타성에 젖은 탓인지 사업자나 소비자나 새로운 가격형성에 대한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또 행정당국도 확고한 자세를 견지하지 못한 채 자칫하면 가격규제 라는 종래의 고식적인물가행정으로 되돌아 가려는 습성에서 멀리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대한상의가 「물가정책에 관한 의견서」를 통해 정부가 가격자율화라는 정책을 과감히 내걸었으면서도 97개품목 1백52개 사업자를 사후관리대상으로 지정하여 사실상 규제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은 음미해 볼만한 일이다.
가격자율화의 목적은 가격을 시장수급기능에 맡김으로써 가격인상 혹은 인하요인을 부당하게 억눌러 이중가격을 빚거나 수급불균형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하자는데 있다.
시장경쟁원리에 따라 부당한 폭리를 꾀할 때는 수요가 응하지 않아 그러한 기도를 좌절시키고 적정이윤을 추구하는 양질의 상품은 얼마든지 공급능력을 키워주어 수요를 넓혀 나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가격자율화는 상품이 질·양·가격으로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하여 수급을 원활히 하고 물가안정도 기하는 가장 이상적인 경제운용방식이다.
지나치게 행정규제 쪽으로 기울어 이중가격 등으로 시장질서를 왜곡하고 소비자의 선택기회도 좁아진 채 당국이 동떨어진 물가지수만 작성하던 물가행정은 정상이 아닌 것이다.
물론 물가당국으로서는 독과점업체의 일방적인 가격인상이나 업자의 사전협의 등에 의한 조작등을 우려하는 것이 당연하나 그 경우 공정거래법이라는 제동장치가 있으므로 언제든지 부당행위는 규제할 수 가 있다.
또 부당이득은 조세로 흡수하는 강력한 행정수단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시장경쟁에 가격을 일임했다면 그 정책에 일관성을 견지해야만 한다.
다만 국민생활에 영향이 큰 기초생필품에 대해서는 수급상황과 가격추이를 주의 깊게 감시하여 충분한 공급량을 확보토록 정부의 비축제도·수입정책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현재 쌀값을 보면 흉작에 대비한 적정물량을 조달하여 계속 안정상태를 보이고 있지 않은가.
바로 금년의 쌀값이 시장수급동향에 대응한 생필품가격안정의 산교훈이 되고있다.
그밖의 공산품이나 아파트가격 등은 자율화한 이상 시장경쟁에 완전히 위임하는 것이 좋다.
최근 일부 아파트가격의 인상이 논란된 적이 있으나 고가의 아파트를 구입할 능력이 있다면 구입토록 할 일이다.
과도한 가격이어서 수요가 없다면 그러한 가격을 책정한 업자가 책임을 질 것이며 결국 적정가격으로 귀착될 것이다.
만약 적자를 감수할 정도로 행정이 개입한다면 그나마 아파트를 지을 업자도 없을것이 아닌가.
쇠고기값도 일률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업자의 재량에 맡기고 소비자는 부당한 값을 받는 업자를 외면하거나 소비를 딴 육류로 하도록 가격기구를 움직이면 된다.
마찬가지로 공산품도 자율경쟁을 유도하여 양질의 것이 내수기반을 구축토록 해야한다.
국내시장의 뒷받침 없는 공산품이 정부의 수출드라이브정책에 힙입어 해외시장에 나가던 초기적인 단계는 지났다.
내수기반을 다져 신제품개발·기술혁신력을 길러야 지속적인 국제경쟁력도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경쟁국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공산품의 물품세 등을 내려서 내수시장을 확대토록 정책적인 지원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서 가격자율화가 점차 자유시장경제로 범위를 넓혀가게 유도해나가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