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 피서에 극성 상혼 완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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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여름 바캉스객으로 붐볐던 전국 각 해수욕장은 바캉스객이 썰물처럼 밀려가고 이제파도소리만 잔잔해졌다.
올해 전국 80여개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줄잡아 연 2천여만명(본사종합)-.
불경기·냉하·사회 불안 등으로 사상 최악을 기록했던 지난해에 비해 인파 수는 거의 2배를 기록했으나 식당·여관 등 해수욕장업자들은 피서객들의 알뜰 피서로 인파 수만큼 호황을 누리지는 못했다는 주장.

<동해안>
올해 동해안은 3백70여만명의 피서인파가 몰려 폭염만큼이나 열기를 뿜었지만 숙박·관광운수·식료품 등 관광서비스업종을 제의하고는 불황을 면치 못했다.
설악산을 중심한 영동북부 해수욕장은 지난달 25일부터 8월5일 사이 하루평균 5천대의 차량과 4만∼5만명의 피서객이 붐벼 작년 같은 기간의 배가 넘는 인파가 들끓었다.
이 바람에 여관, 고속버스직·완행 및 관광버스, 시내버스 등 대량 수송업계가 호황을 누렸고 매점·케이블카 등이 개장 11년만의 호경기를 누렸다.
설악산케이블카의 경우 연일 4천∼5천명의 관광객들로 평소 50회 운행하던 것을 1백회로 늘려서도 미처 승객을 다 태우지 못해 비명을 올렸다. 또 직조암·비룡폭포 등산로 변의 매점 등도 하루 50만∼60만원의 매상을 올리는 호경기를 누렸다.
그러나 이외의 업종들은 피서객들이 먹을 것을 준비해와 돈을 쓰지 않고 돌아가 불황을 겪어야 했다.

<서해안>
대천·연포 등을 비롯한 서해안 20여개 해수욕장들은 올해 3백50여만명의 인파가 몰려 지난해보다 1백여만명이 많았으나 일반 경기는 동해안과 마찬가지.
3백30개의 여관·여인숙을 갖고 있는 대천해수욕장은 올해 2백여만명의 인파가 몰려 개장이래 최대기록을 새웠으나 바캉스피크 타임인 7윌25일∼8월5일 사이에도 이들 숙박업소의 투숙률은 80%이상을 넘지 못했다.
이 같이 숙박업소의 경기가 저조했던 것은 텐트 이용자가 예년보다 절반이상 늘었고 3∼4개 가족단위로 놀러와 방을 2개만 빌어 남자·여자로 구분해 합숙하는 등 지혜(?)를 짜는 바람에 여관업자들이 울상을 지었다.
이와 반대로 재미를 본 것은 전자오락실·탁구장 등 레크리에이션업자들.
30만명이 몰린 연포해수욕장의 6개 전자오락실, 2개 탁구장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매일 청소년들로 초만원을 이뤄 해수욕장업자들 가운데 가장 호경기를 누렸다.

<남해안>
해운대의 6백95만명을 비롯, 20개의 남해안해수욕장 장에는 올해 1천 5백여만명이 몰려 지난해보다 3배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부산∼해운대를 운행하는 각종 교통수단은 넘치는 승객 때문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으나 음식점·탈의실·여관 등은 의외의 불황을 겪었다.
1백20개의 해운대 탈의장들은 피서객들이 탈의료 4백원을 아끼기 위해 변소에서 옷을 갈아입고 백사장에서는 남자까지도 여자 통치마로 몸을 가리고 옷을 갈아입는 알뜰 피서 작전 때문에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이석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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