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 터키 공장 방문해 추석선물 직접 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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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이 8일(현지시간) 터키 공장을 방문해 주재원 및 가족들을 위한 만찬 자리에서 한국에서 가져온 명절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을 이끄는 정몽구 회장은 1938년생이니까 우리 나이로 77세입니다. 정 회장의 생활신조는 일근천하무난사(一勤天下無難事)입니다.

부지런하면 세상에 어려울 것이 없다는 뜻이지요. 현대그룹을 창업한 부친 고 정주영(1915~2001) 명예회장이 물려준 집안 내력이기도 합니다.

그는 이번 추석 연휴 기간인 6~10일 인도와 터키 공장을 찾았습니다. 인도는 지난해와 비교해 4개월 연속으로 판매율이 늘고 있고, 터키 공장은 유럽으로 소형차를 공급하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두 곳에서 정 회장은 추석을 해외에서 보내는 주재원과 가족, 협력사 직원을 위해 만찬을 열었습니다. 이번에도 정 회장은 강인한 체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두 나라를 방문하는 3박5일 일정을 소화했고, 10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고 합니다. 현대차 측은 연휴 기간 중 해외 출장에 대해 “업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회장의)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정 회장이 직원 가족들에게 건넨 추석 선물입니다. 만찬회장에서 정 회장은 김과 멸치·고춧가루가 들어간 선물세트를 직접 전달했다고 합니다. 이미 현대차 직원들은 추석을 맞아 통상임금의 50%(대리급 이하), 귀향비(80만원), 유류지원비(5만원 상당), 사내 복지몰 쇼핑지원금(25만원 상당) 등 두둑한 보너스를 챙겼습니다. 그런데 오너 경영인이 해외 사업장을 찾아 선물까지 전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지요. 김과 멸치는 현지에서 구하기 어려운 한식 식재료입니다. 이국에 있는 직원들에게 ‘고향의 맛’을 전달하겠다는 현대차그룹 특유의 실용미가 엿보입니다.

여기에 비하면 다른 대기업들은 오너 경영인의 선물에 보다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합니다. 조금 거창하게 표현하면 ‘선물 경영학’ 쯤 되겠지요. 예컨대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올 초 1만2000여 명의 임직원에게 ‘+ × ÷ 배지’를 나눠줬습니다. ‘마음은 더하고 열정은 곱하고 힘든 건 나누자’는 뜻을 담았다고 합니다. 코오롱 직원들은 아웃도어 의류를 입을 때도 이 배지를 착용하고 다니더군요. 이건희 삼성 회장은 임원들에게 고급 와인이나 만년필을 선물하는 걸로 유명합니다. 예전에 샤르도네 벨코크, 씨네쿼넌 레이블스 같은 미국 캘리포니아산 와인을 선택한 적이 있는데, 미국산 와인의 마케팅 혁신에 빗대 ‘고강도 혁신’을 주문한다고 풀이하기도 했습니다.

이상재 기자 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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