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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⑦ 청소년도 읽을 수 있는 논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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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쉽게 손이 가지도 않지만 막상 읽으려고 해도 금세 벽에 부딪히기 쉽습니다. 워낙 다양한 책이 나와있어 오히려 고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원전에 충실한 게 있는가 하면, 청소년 눈높이에 맞게 현대화한 책도 있습니다.

이번 주엔 논어를 다룬 다양한 책을 소개합니다. 원전을 꼼꼼히 해석한 책에서부터 소설식으로 풀어낸 청소년용 도서, 또 논어를 읽기 전 사전지식을 주는 책까지 다양합니다.

원전에 충실하고 싶다면

① 통으로 읽는 논어
(글 김재용, 이매진, 2만1800원)

대안학교 교사인 저자가 중학생에게 논어를 가르쳤던 수업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총 20편 499장에 이르는 논어 원문 번역과 상세한 해설을 담다보니 책 분량이 무려 700쪽에 이른다. ‘통으로 읽는’이라는 책 제목에 수긍이 간다. 분량은 많지만 이야기책 읽듯 술술 읽혀 한자를 전혀 모르는 초등 고학년도 읽을 만하다. 각 편의 장마다 핵심내용을 드러내는 제목을 붙여 이해를 돕고 있다. 예컨대 학이편 1장 제목은 ‘공부가 즐겁다니!’이고, 위정편 1장 제목은 ‘일 안하는 임금이 좋은 임금’이다. 또 논어 구절에서 유래한 속담이나 사자성어, 역사적 사례도 풍부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논어를 철학교육 차원으로 접근한다. 철학이란 세상,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해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해 온 것을 의심하고 비판하는 데서 출발한다. 바로 그런 차원에서 논어가 철학 공부에 안성맞춤이라는 주장이다. 논어에 담긴 공자 사상이 지금 우리 사회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여러 사례를 제시하고, 서양의 사고방식이나 문화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대비해 보여준다. 나아가 논어 구절을 해석하면서 한국사회 병폐인 학벌주의나 배금주의 등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도 한다. 논어 읽기를 통해 공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를 아는 것보다, 세상과 자신의 삶을 새롭게 자각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② 한글 논어
(글 신창호, 판미동, 2만5000원)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인 저자가 쓴 이 책은 “한문으로 저술된 모든 동양 고전은 한글로 재탄생돼야 한다”는 평소 지론에 따라 한글로만 논어를 소개하고 있다. 우선 1부에선 사마천이 공자 일대기를 체계적으로 정돈한 『사기』의 ‘공자세가’를 번역해 공자가 어떤 인물이었는지를 살펴본다. 2부에서 논어 공자 20편에 대한 본격적인 번역과 해설을 담았다. 논어 원문은 부록으로 엮었다. 이 책은 각 편의 장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인물이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추가설명이 담겨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한글세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논어를 번역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군자(君子)는 참된 사람, 도리(道理)는 인생의 길 등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최대한 가깝게 번역했다. ‘인(仁)을 열린 마음이나 포용력, 사랑’ 등으로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번역한 것에도 눈길이 간다.

③ 논어
(글 김형찬, 홍익출판사, 1만5000원)

일간지 학술전문기자 출신 저자가 논어 원문을 번역한 책. 공자의 일생과 책에 대한 간략한 소개도 곁들여 있다. 주요 원문 글귀에 상세하고 뛰어난 주석을 붙여 해당 편과 장의 의미를 생생하게 전해준다는 점에서 해설서에 가깝다. 하지만 중고생도 읽을 수 있도록 아주 어려운 주석은 피했다. 저자의 번역은 원전 그대로의 의미와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쉬운 우리말로 돼 있어 쉽게 읽힌다. 무리한 의역을 피하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바로 이런 정성이 1999년 초판 발간 후 지금까지 28쇄나 찍을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청소년이 재밌게 읽으려면

④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
(글 배병삼, 사계절, 1만2000원)

영산대 교수로 동양사상을 연구하는 저자가 논어 20편에 각각의 주제를 따로 정한 후 청소년이 쉽게 이해하도록 에세이 형식으로 썼다. 『통으로 읽는 논어』처럼 논어 전체에 대한 번역이나 해설을 한 책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청소년이 논어 핵심사상과 기본 개념을 쉽게 파악하는 입문서로는 손색이 없다. 저자는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논어읽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일부 특권층만 정치에 참여하던 과거와 달리 누구나 자기 목소리를 내는 민주주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그렇기에 논어 역시 유일한 삶의 나침반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 중 하나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1세기의 새로운 논어 읽기란 무엇일까. 저자는 ‘무겁고 엄숙한’ 논어가 아니라 ‘가볍고 경쾌한’ 논어 읽기를 강조한다. 그래야 논어 속에 깃든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지혜의 목소리를 더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⑤ 공자, 지하철을 타다
(글 김종옥·전호근, 토토북, 1만원)

동양철학을 공부하고 다양한 저술작업을 하는 저자 두 사람이 쓴 이 책은 한마디로 쉽고 재미있다. 공자를 주연, 장자와 맹자를 조연으로 등장시켜 소설형식으로 썼기 때문이다. 등장 인물들은 각자의 사상과 성격이 반영된 독특한 캐릭터를 지니고 있다. 예컨대 공자는 말을 잘 더듬는 발명가이자 시민운동가로, 맹자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구수한 입담의 술집 여주인으로 등장한다. 다시 말해 공자 가르침을 현대에 맞게 각색해서 쓴 소설이라는 말이다. 등장인물의 대화 속에 적절하게 인용되는 논어, 맹자, 장자의 구절을 통해 논어의 현대적 의미를 곱씹게 한다. 그러나 논어 자체에 대한 풀이는 아니다. 저자 말대로 공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그 관심이 논어를 읽는 데까지 이어지기를 바라는 의도에서 쓴 책이다. 공자 사상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으로는 안성맞춤이다.

⑥ 공자와 제자들의 유쾌한 교실
(글 김현식, 메멘토, 1만3000원)

청소년과 함께 고전을 공부하는 저자가 쓴 이 책은 공자와 그 제자들이 대화하는 형식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었다.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해 논어 뿐 아니라 공자 일대기를 다룬 사마천 『사기』의 ‘공자세가’와 공자에 관한 일화집인 『공자가어(孔子家語)』 등의 사료를 참고했다. 힘이 세고 무예가 뛰어나지만 거칠고 성급한 성격 탓에 공자에게 늘 꾸중을 들었던 자로, 가난 속에서도 늘 배움의 즐거움을 찾았던 안연 등 공자 제자들의 캐릭터가 또렷하게 드러난다. 이 책에는 신분과 성격, 자라온 환경이 다른 제자 각각의 눈높이에 맞는 가르침을 준 공자의 교수법이 잘 드러나 있다. 다양한 인물이 빚어내는 흥미로운 이야기와 각 인물의 캐릭터가 사상과 어우러져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이 책 역시 논어 자체에 대한 번역과 해설은 담고 있지 않다. 논어를 읽기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할 뿐이다.

논어 예습용 책이 필요하다면

⑦ 논어를 읽기 전
(글 정춘수, 부키, 1만2800원)

한자 관련 저술가로 활동하는 저자가 쓴 이 책은 조선 선비들이 논어나 맹자를 접하기 전 반드시 읽어야 했던 대표적 교과서 6권, 『천자문』 『동몽선습』 『통감절요』 『소학』 『내훈』 『명심보감』을 소개한다. 이 6권에서 가려 뽑은 구절과 그 안에 담긴 유학의 핵심 개념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 이 책들을 둘러싼 사회적 배경과 시대상황도 알기 쉽게 풀어낸다. 또 오늘날의 관점에서 현대에 적용해 삶의 지침으로 삼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유학적 세계관과 삶의 방식이 궁금한 독자에게 유익할 듯하다.

정리=안혜리 기자 hyeree@joongang.co.kr
도움말=이병수 건국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인문한국) 교수, 도서 목록 추천 및 책 제공=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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