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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후 주목 받는 후진타오 처신…'CEO 사위'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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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국가주석이 일으킨 반부패 바람으로 중국의 전직 국가 지도자들 가족의 권력·부 세습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후진타오(胡錦濤·사진) 전 국가주석의 처신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전 후 전 주석이 11년 전 외동딸과 결혼하려는 예비 사위를 기업 고위직에서 물러나도록 한 일을 밍징왕(明鏡網) 등 중문 매체들이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후진타오의 딸 후하이칭(胡海淸·42)과 그 남편 마오다오린(茅道臨·51)은 11년째 미국에서 은둔생활 중이다. 이들은 하이칭이 칭화(淸華)대를 졸업하고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던 1998년 만나 사랑에 빠졌다. 상하이의 명문 자오퉁(交通)대를 나온 마오는 당시 이미 촉망 받던 금융인이었다. 99년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신랑왕(新浪網)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취임했고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2001년엔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하이칭은 부모의 출신학교인 칭화대 재학 시절 4인 1실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낡은 자전거를 타고 다녀 아무도 그의 가정 배경을 몰랐다고 한다.

후진타오는 한동안 딸의 연애 사실을 모르다가 나중에 알고는 단호히 반대했다. 주위의 설득으로 교제는 인정했지만 마오의 고위직 신분을 못마땅해 했다고 한다. 당시 후진타오는 하이칭을 고위직으로 채용하겠다는 중국 기업들의 제안도 일일이 물리쳐 딸이 2년 간 실업자 신세가 되기도 했다.

후진타오가 공산당 총서기와 국가주석이 된 2003년 하이칭이 결혼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후진타오는 ‘재계를 떠나지 않으면 결혼할 수 없다’고 예비 사위에게 최후통첩을 보냈다. 당시 40세 한창 나이였던 마오는 결국 결혼을 택했다. 신랑왕의 직책을 내놓고 지분 일부를 정리했다. 그 해 5월 조촐한 비밀 결혼식이 치러졌다. 부부는 곧바로 미국으로 떠났다. 이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사실만 전해질 뿐 그들의 동정은 알려져 있지 않다.

후 전 주석은 1남 1녀를 뒀다. 아들 후하이펑(胡海峰·44)은 칭화대 산하 연구기관의 원장직을 맡고 있다가 지난해 5월 저장(浙江)성 자싱(嘉興)시 부서기에 임명돼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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