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수경사령관의 예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가 수도경비사령관 박세직 소장을 해임·예편한 조치는 제5공화국 출범이후 군주요 지휘관이 청탁개입으로 군복을 벗게된 첫 케이스이며 최고위층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온 한사람이라는 점에서 놀랍다.
박소장은 사업을 하는 육사동기생의 부탁을 받고 그를 돕기 위해 정부고관에게 사업상의 청탁을 했는가하면 모국책 은행에 50만 달러를 융자해주도록 알선한 일도 있다고 한다.
박소장의 이 같은 행위는 인정과 의리에 끌린 면이 없지 않은 것 같다. 아무튼 군의 고위지휘관으로서의 본분을 저버린 월권행위임에는 틀림이 없다.
박장군은 육사12기생중 진급이 가장 빠른 선두주자의 한사람이었으며 전대통령이 가장 아끼고 신임하던 장군가운데 한사람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에 그의 비위에 대한 추궁이 이처럼 엄중했던 것 같다.
따라서 박장군에 대한 전격적인 예편조치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깨끗하고 신뢰받는 정부』를 이룩하고야 말겠다는 전대통령의 강력한 통치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작년9월 취임사에서 『앞으로 나 자신과 내 주변의 부정부패를 스스로 용납지 않으며 모든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척결, 국민의 부신소지를 없애갔다』고 다짐했던 전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무회의에서도 『우리가 80년대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선결 조건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깨끗한 정부를 유지해 가는데 있다』고 역설한 바 있다.
정부와 국민이 부연일체가 되어 국가발전을 이룩하는데 있어 공직자 등 권력층인사의 부정척결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라는 점을 전대통령은 이처럼 일관성 있게 강조해 왔다.
박소장의 해임은 다시 말해 전대통령의 이러한 통치철학의 구체적인 보천이었다고 볼 수 있다. 박소장의 비위가 만약에 바로잡히지 않은 채 흐지부지 되었다면 국민과 정부, 국민과 군사이의 신뢰에 결코 중은 영향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나라가 정상적인 발전을 하려면 각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각기 맡은바 분야에서 출실히 직분을 다해야 한다.
특히 군은 국토방위란·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는 것만이 국민의 두터운 신뢰를 받는 길이다. 그런 뜻에서 입참마속의 심정으로 단행된 박소장의 예편조치는 군의 본분에 대한 의미심장한 경종이기도하다.
남북대치란 특수상황에서 우리의 군에 대한. 신뢰는 남달리 각별하다. 군이 조금이라도 세속적인 부패에 오염되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당장 국가의 안위와 직결되는 중대문제가 된다.
고금의 역사를 들출 것도 없이 월남패망의 가장 큰 원인이 군의 부정·부패만연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는 잘 입증된다.
박소강의 군복무중의 공훈을 보면 가석한 면이 없지 않지만 그의 이번 잘못에 대한 정부의 조치는 청탁의 근절을 위한 일벌백계의 본보기로서 뿐 아니라 군 본연의 임무가 무엇인지를 새삼 일깨워준 교훈으로서 기억되어야할 것이다.
『나만은 예외』 라는 선민의식이나 특권의식이 묵인되는 풍토하에서「깨끗한 정부」 는 실현되지 못한다. 웃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진리를 되새겨 특권부의 비위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더욱 엄중한 조치가 취해져야 합을 강조하고자 한다.
그래야만 깨끗하고 신뢰받는 정부, 정의사회구현이란 시대적인 노력은 착실한 진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