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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 있는 「통화전쟁」- 미고금리가 부른 「달러강세 쇼크」|레이건 경제가 열쇠 쥐어 미 고금리 계속되는 한 강세 지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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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달러화의 10년래 최고강세는「닉슨」쇼크이래 최대의 달러쇼크로 전 세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쇼크도 지난번의「닉슨」쇼크와 흡사하게 다분히「점차적」배려가 가미된 통화전쟁의 양상을 띠고있기 때문에 세계경제는 경우에 따라 심각한 파동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이번 달러파동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다분히 의도된 「전쟁」이라는 점이다.
국제통화는 언제나 경제요인에만 따르지 않는 특수한 성격을 갖고 있지만 이번처림 전형적인 금리시세환율의 성격이 두드러진 경우도 드물다. 한마디로 지금의 달러화 강세는 이상고금리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고금리는 미국 연방은행의 독자성을 명분으로 내세운 미국경제의 도전이랄 수 있다. 「레이건」의 신 경제정책이 함축하고 있는 잠재적 인플레 요인을 상실하려면 당분간 이 고금리 「정책」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미국 통화당국의 입장이다. 이런 입장은 월스트리트의 광범한 지지와 함께 정치적으로도 비호되고 있다.
6개국 정상들의 집중공세에도 「레이건」이 이를 일축할 수 있었던 배경이 이런데 있었다. 달러화의 강세는 이처럼 우선은 미국의 인플레 대책의 의미를 강하게 띠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강력한 미국」의 이미지를 추구하는 레이건의 취향과도 연관된다.
지금의 사태가 어디까지 전개될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레이건」은 오타와 정상회담에서 「연말까지」라는 잠정적 양해를 구했으나 그 정도로 인플레가 수그러질 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다. 많은 관측통들은 감세정책의 경제파급이 퍼져나갈 내년까지는 계속 고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그럴 경우 달러화의 강세는 지속될 것이다. 가장 심각한 타격은 약세통화인 파운드와 프랑스 프랑이 받겠지만 70년대 이후 최대의 불황에 빠져들고 있는 서독 마르크의 타격도 매우 심각하다.
「미테람」·「대처」보다 「슈미트」수상이 더 분격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한 경쟁력으로 비교적 달러화강세 영향이 덜했던 일본 엔대도 드디어 2백40엔 이상으로 대달러환율이 올라가자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뉴욕·동경시장에서 덜 폭락했던 엔화는 시카고 고물시장의 투기가들이 회교금식 주간을 틈타 대량특매를 벌이는 바람에 폭락을 거듭했다.
중동산유국들의 엔화매입이 큰 뒷받침이 되어 온 점을 노린 것이다. 이 통에 일본의 무역업체들은 하반기 경영전략을 대폭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수출업자들은 달러당 2백2엔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예상했던 환차손을 백지화하고 오히려 차익을 포함, 순익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석유·전력등수입 비중이 큰 업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었다. 엔화폭락으로 겨우 숨을 죽이던 물가도 다시 자극을 받게 되었다.
프랑스와 서독도 비슷한 곤경을 겪고 있다. 「미테랑」이후의 프랑스는 계속적인 프랑 하락에 개입해 왔으나 보유외환만 30%가까이 축냈을 뿐 더 이상 개입할 여력을 잃고 있으며 서독·영국의 중앙은행들도 거의 마찬가지다.
산업의 국제경쟁력이 강한 일본의 개입을 은근히 기다리고 있을 뿐 국제수지나 국내실업, 불황 때문에 경쟁력·금리인장이나 자국화 보호를 지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은행은 아직 공식적인 개입을 시작 않고 있으나 2백40엔 선이 무너지면 부득이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하는 사람이 많다.
달러화에 주로 연결된 원화는 달러와 함께 자동 절상됨으로써 마르크나 프랑에 대해서는 1년 동안 거의 17%나 절상한 셈이 되고 나머지 통화 평균으로는 9% 가까이 과대 평가되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대연주, 특히 대서독·EC수출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평가 절하할 처지도 못된다.
물가장벽 때문이다. 가능한길은 달러화 이외의 연결비중을 지금보다 더 늘리는 수단이 있지만 변법일뿐 해결책은 아니다. 환율딜레마에 빠져있는 셈이다. 미국의 통화전쟁이 빨리 종식되는 길뿐이다. 그동안을 어떻게 견디어 내느냐가 주어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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