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푸드·스트레스 탓 어린이도 여드름 고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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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호 22면

서울대병원 피부과

서울대병원 피부과 서대헌 교수(50)는 ‘여드름 박사’다. 그는 1996년 국내 대학병원에선 처음으로 병원 내에 ‘여드름클리닉’을 열었다. 지난 3월부터는 대한여드름학회장을 맡고 있다. 여드름 치료의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세계여드름 연구회(20명 이내의 종신회원으로 구성)에 참가하는 유일한 한국인이기도 하다. 그는 지금껏 사춘기 중·고생 시절부터 생기는 것으로 알려진 여드름이 ‘초등학생에게도 고민이 되는 병’(소아 여드름)임을 세상에 알렸다.

‘여드름 박사’서울대병원 피부과 서대헌 교수

사실 여드름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초등 1학년 아이에서 60대까지 여드름이 생길 수 있다.

서 교수는 “여드름은 청춘을 상징하고 일시적으로 지나가는 고민거리일 뿐이라 여기는 사람이 대부분이다”며 “회장 임기 동안 여드름이 만성 피부질환임을 알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피부가 유달리 좋은 서 교수를 만나 여드름 이야기를 나눴다.

-소아 여드름은 약간 생소하다.
“여드름 발생의 주원인인 성(性)호르몬 분비가 본격화되기 전인 만 12세 이하 연령에서 생기는 것이 소아 여드름이다. 사춘기나 성인에게 나타나는 일반 여드름과 마찬가지로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이다.”

-소아 여드름이 늘어난 이유는.
“요즘 아이들의 사춘기가 빨리 와서 호르몬의 영향을 너무 일찍부터 받는 탓이 크다. 정크 푸드·인스턴트식품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이들의 식생활과도 관련 있다. 아이들이 공부·학원 등 스트레스 심하게 받는 것도 소아 여드름의 원인이다.”

- 녹차가 여드름에 효과가 있다던데.
“우리 연구팀은 녹차의 EGCG(떫은맛 성분인 카테킨의 일종)가 여드름 치료에 효과적이란 연구 결과를 지난해 권위 있는 학술지인 ‘피부연구학회지’에 발표했다. EGCG는 여드름의 원인인 피지 분비와 염증을 억제한다. 하지만 EGCG 원가가 너무 비싸 아직 상품화는 하지 못하고 있다. 시판 중인 녹차 추출물은 EGCG의 농도가 일정하지 않고 다른 성분들도 포함돼 있어 효과를 확신하기 힘들다. 하지만 신선한 녹황색 채소는 여드름 완화에 유익하다.

-여드름을 악화시키는 식품은.
“여드름과 식품은 관련성이 있다. 우리 여드름클리닉을 방문한 환자 약 800명과 정상인 500여명을 비교 조사한 결과 여드름 환자들은 당(糖)부하 지수(Glycemic Load, GL, 해당 식품이 혈당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높은 햄버거·크루아상·도넛·비스킷·와플·라면·탄산음료 등 인스턴트식품의 섭취가 많았다. 가공치즈 등 유제품과 김·미역 등의 요오드 함량이 높은 해조류의 섭취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겹살·삼계탕·프라이드치킨·견과류·삶은 돼지고기 등 고지방식의 섭취도 더 많았다. 불규칙한 식사 습관 역시 여드름을 악화 시킬수 있다. 식사시간이 일정하지 않으면 IGF-1(인슐린 생성유사인자)이 다량 분비돼 피지가 더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여드름을 개선시키는 생활 습관은.
“우선 여드름을 악화시킨다고 알려진 음식들을 피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최대한 덜 받도록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코티솔이란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은 피지선을 자극시켜 피지 분비를 촉진한다. 충분한 수면 역시 여드름 개선에 유익하다. 유분 성분이 과하지 않은 화장품을 선택하는 것도 효과적인 여드름 완화법이다. 집에서 손으로 여드름을 짜는 것은 금물이다. 손톱 등으로 짜면 여드름의 염증이 더 넓게, 깊게 확산된다. 염증의 확산은 흉터로 직결된다.”

-성인 여드름이 늘고 있는데.
“사춘기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100% 여드름이 돋는다. 20대 초반의 80%, 20대 후반의 60% 30대의 30%가 여드름을 갖고 있다. 40대가 되면 여드름 발생률이 10% 아래로 떨어지지만 드물게는 60대 환자도 있다.”

-성인 여드름의 증가 원인은.
“첫 번째는 늦어지는 출산 연령이다. 젊은 여성의 여드름은 40%가 임신과 출산을 거치면서 호전된다. 높아진 스트레스와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해 줄어든 수면시간도 문제다. 혈당을 빨리 높이 올리면서 열량이 높은 정크 푸드 섭취가 늘어난 것도 성인 여드름의 증가 원인이다. 공해 등 환경 요인에 의한 영향도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여드름 약을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은.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의 먹는 여드름 치료제는 피지선 자체를 억제, 다양한 여드름 치료에 모두 효과적이다. 그러나 임산부가 복용하면 기형아 출산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절대 금기약이다. 아직 성장이 끝나지 않은 청소년이 복용하는 것도 권장하기 힘들다. 복용 뒤 골밀도가 높아지거나 낮아질 수 있어서다. 항생제는 여드름 환자에게 자주 처방되는 약이다. 그러나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항생제 내성균이 생길 수 있어 한 종류의 항생제만 쓰는 것은 피해야 한다. 여러 항생제를 자주 바꾸면서 사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적당한 세수 횟수는.
“약한 세기의 세안제로 세수를 하는 것이 여드름 완화에 도움을 주고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그러나 하루에 세 번 이상의 과도한 세안은 오히려 손해다. 피부는 지방막을 형성해 스스로를 보호하는 데 잦은 세안이 이를 방해할 수 있어서다. 세수는 아침과 저녁에 각각 한 번씩 두 번 정도 하는 것이 여드름 완화에 가장 효과적이다.”

-등·가슴에 난 여드름 대처법은.
“등·가슴 등에 많이 난 여드름도 치료 대상이다. 호르몬의 영향으로 등·가슴 여드름의 발생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3배가량 높다. 등·가슴에 난 여드름을 함부로 짜는 등 잘못 다뤘다간 얼굴에 난 여드름보다 흉터를 더 쉽게 남긴다.”

-왜 하필 여드름에 심취했나.
“피부과 레지던트 때 여드름은 흔한 피부병인데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세계적으로도 이 분야에 대한 전문가가 드물었다는 것도 관심을 갖게 된 이유다. 블루 오션을 찾아낸 것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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