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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청렴도」…측정도 청렴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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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치 및 관료집단의 사회 각 분야에 대한 영향력의 폭이 넓은 나라일수록 관료와 정치인들의 부정부패가 사화문제로 대두되곤 해왔다.
우리 나라도 60, 70년대 정부주도의 고도성장의 부각용으로 공무원의 부패가 만연했다.
그래서 서점쇄신이니 부조리척결이니 하는 부패추방운동들이 주기적으로 행해졌다.
강력한 사회정화 노력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최근 서울시 구청공무원 상납사건이 터진 것을 볼 때0 공무원의 부패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가를 실감치 않을 수 없다.
정부가 공무원의 승진·전보시 개별공무원의 청렴도를 반영시키도록 한 것도 부패추방을 의해서는 그때그때 필요에 따른 캠페인보다는 제도적인 장치로. 공무원을 묶어놓자는 의도에서다.
그 기본구상은 가능한 정부의 모든 직책과 전 공무원에 대해 부패 오염가능성을 측정해 오염될 소지가 많은 자리(청렴도가 낮은 자리)에는 청렴도가 높은 사람을 보내고, 청렴도가 낮은 사람(부패하기 쉬운 공무원)은 소위 깨끗한 자리인 청렴도가 높은 자리로 보냄으로써 부패가능성을 중화시켜 보자는 뜻인 듯 하다.
그래서 청렴도를 잴 수 있는 자(기준)가 필요하게 되었고 이를 위해 사치·이성관계·민원 등 9가지 기준을 만들어 수·우·양·가로 등급을 매겨 승진점수에 반영하도록 했다.
그러나 좋은 의도와는 달리 시행상에는 문제도 없지 않을 것 같다.
정치학·경제학 등 사회과학분야에서는 물리학이나 수학처럼 진리를 객관화시키자는 노력이 숫자나 통계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정의」나「사회복지」등 가치의 문제 때문에 벽에 부딪쳤다.
마찬가지로 누가 깨끗하냐, 더러우냐의 문제도 객관화하기만은 어려운 주관적인 가치판단의 요소를 많이 지니고있다. 그런 문제를 점수로 객관화시켜 표현하는데는 내재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여자관계·가정불화 등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됐다고는 하나 과연 상급자가 일일이 쫓아다니며 체크할 수 있을 까도 문제다.
평정자가 주관적인 견해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할 때 평가자체가 정실에 흐를 위험도 없지 않다.
공무원의 부패가 극히 일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에는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성실히 사는 많은 공무원들이 매년 청렴여부를 평가 당해야 하는데서 오는 문제도 한번쯤 깊이 생각할 문제다.
공무원들이 청렴하게 살수 있으려면 최소한 생활보장의 뒷받침이 요구된다.
아무튼 정부가 만든 새로운 청렴의 기준은 정치·경제·사회지도층 모두가 한번 스스로를 비쳐보는 하나의 거울이 되었으면 싶다.

<문창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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