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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경기 되살아날 수 있을까|정부의 「부양책」계기로 살펴본 실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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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충남대전시중구대흥동에 사는 김철수씨(54)는 작년 봄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시내 1백50여평의 땅에 3채의 집을 지었다. 대지60평, 건평35평짜리 집 두채와 대지30평, 건평20평짜리 한채 (연탄보일러)등 3채를 직접 짓는데 평당 건축비 35만원 꼴로 모두 3천2백만원쯤 들었다.
당시 이 지역 땅 값이 평당 30만원쯤해서 김씨는 큰집은 3천5백만원, 작은집은 1천8백만원쯤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 김씨는 이 집들을 지으면서 월3푼 이자로 1천5백만원의 사채를 빌었다. 김씨가 지은 집은 완공1년이 넘도록 팔리지 앉았다. 월45만원씩의 사채이자를 물기가 힘들었다. 김씨는 하는 수 없이 작년말부터 이 집을 건축원가 수준으로 내려 큰집은 3천만원, 작은 집은 1천6백만원선에 팔아치우기로 했다.
그러나 집보러 오는 사람조차 드물었다. 빚 갚기 위해 또 이자 돈을 써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김씨는 생각 끝에 며칠간 사채를 빌린 사람에게 작은 집을 1천5백만원에 넘기고 말았다. 김씨는 결국 자기재산 6천2백만원(대지4천5백만원 집건축비중 자기자본 1천7백만원)을 들여 3채의 집을 지었으나 13개월만에 사채이자 6백만원을 지급하고도 남은 재산이란 6천만원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를 집 2채만 남게된 셈이다.
집을 많이 지어 파는 게 전문인 54개 주택건설 지정업체가 지은집 중 5월말 현재 아직 팔리지않고 있는 것만 6천6백여 가구에 이르고 있다.
집이 안 팔려 잠긴 돈만도 약2천억원으로 추산된다. 78, 79년도에 지은 아파트 등 2천여 가구가 아직 안 팔리고 있다.
주공이 지은 아파트 중 3천가구도 주인을 못 만나 빈집으로 남아있다. 주택업자들은 정부의 주택건설 계획에도 불구하고 지은 집이 안 팔리니 새 집을 선뜻 지을 수도 없다.
54개 지정건설업체들은 작년에 7만3천호의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었지만 부동산경기가 계속 침체된 때문에 실적은 겨우 계획의 25%선인 1만8천가구 남짓 건설에 그치고 말았다.
이들 지정건설업체들이 올해에도 4월말까지 계획으로는 2만5천가구를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계획의 18%남짓한 4천6백여가구를 지었을 뿐이다.
정부는 올해 공공부문에서 8만호, 민간부문에서 17만호등 모두 25만호의 새 집을 지을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추세라면 민간부문에서는 『잘해봐야 10만호 정도도 짓기 어려운 것 같다』(주택사업협회 최종성회장말)는 전망이다.
주택경기전망이 안서자 건설업체들은 앞을 다루어 주택사업 전담부서를 해체하고 있다. 올들어 전담부서를 해체한 업체는 54개지정 업체 중 19개에 이르고있다.
큰 건설업체들은 국내부동산경기가 안 좋지만 해외건설수주 호조와 공공건설조기발주 등으로 타격을 좀 덜 받고 있다.
기존주택의 거래도 한산하다. 반포에서 5년간 부동산중개업을 하고있는 이창일씨 (대한부동산) 는 ▲77년 8·8부동산투기억제조치 이후 79년 10·26까지는 월 평균 10건(매매4, 전세4, 월세2)정도 거래를 알선했으나 ▲10·26이후는 월6건 (매매3, 전세1,월세2)정도로 줄어들었으며 ▲요즈음은 월4건(매매2, 전세1, 월세1)알선이 힘겹다고 말했다.
거래가 없어 부동산값도 떨어지는 추세에 있다. 부동산소개소에 따르면 25평이하의 주택은 1년 전에 비해 5%에서 최고 10%정도 값이 떨어진 선에서 거래가 되고 있으나 그나마 거래는 가뭄에 콩나기식이라 했다.
집전세 값도 연초에 비해 10%정도 떨어졌다. 아파트 지역의 상가에도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인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고속터미널 의류 상가는 작년8월 분양상담시만해도 3∼6평 상가에1백만∼2백만원의 웃돈이 붙었으나 요즘은 목이 좋은곳만이 기심만원의 웃돈이 붙을 정도라 한다.
시멘트·목재·철근 등 건축자재업계도 심한 타격을 받고있다. 시멘트제고가 쌓여 시멘트 공장의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지자 정부는 시멘트 카르탤 기구인 서한실업의 존속을 1년간 연장시키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미송·나왕·합판·시멘트·벽돌 등이 고시가격을 밑돌고 있으며 타일 등은 가격형성이 잘 안되는 실정.
물건이 잘 팔리지 않자 어음 결제기간도 장기화되고있는 추세로 목재의 경우 1백20일짜리 어음도 많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부동산경기가 오랫동안 밑바닥에 머물고 있는 것은 전반적인 경기가 침체해 있고 물가는 급격히 오르는데 반해 주택가격은 오히려 하락 추세로 재산가치보존에 의구심을 갖는 것이 일반인식이며 무주택자들이 정부의 5백만호 주택건설계획에 지나친 기대를 갖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 가장 근본적으론 집 값이 소득에 비해 너무 올라 집 없는 사람이 집을 살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국세청의 자금 출처 등 철저한 세무조사나 양도소득세는 부동산 경기를 계속 바닥권에 묶어놓고 있는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주택사업협회등에 따르면 3월에 문을 연 강동세무서는 잠실·천호·명일동등 신흥개발지역의 매매를 철저히 파헤치고 있다한다.
건설업자들은 사경을 헤매는 주택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부동산양도 소득세 완화, 아파트 3년내재당첨 금지규정 철폐, 가구2주택허용, 세무사찰완화, 민영주택공급규제철폐 등을 당국에 건의한 바 있다. <박병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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