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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겨울 오는 이상 한파 원인은 '북극 해빙 감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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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북극 겨울철 특히 바렌츠-카라해 영역의 해빙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해빙감소 지역에서 강한 지표면 열속(heatflux)이 바다로부터 대기로 공급되고 있다. (a) 북극 해빙면적의 시간에 따른 변화 추이. 북유럽 인근 바렌츠-카라해 영역의 해빙이 특별히 많이 녹은 연도는 붉은 점으로 표시 (b) 바렌츠-카라해 영역(빗금)에서 해빙이 많이 녹은 해 평균 해빙농도 분포 (c) 바렌츠-카라해 영역에서 해빙이 많이 녹은 해 평균 지표면 열속(heatflux) 분포 [해당 논문에서 발췌]

2012년 2월 2일 서울의 기온은 영하 17.1도를 기록했다. 체감온도는 영하 23도까지 떨어졌다. 1957년 이후 55년만의 한파였다(2월 기준). 강추위 탓에 배터리 전압이 떨어져 지하철 1호선이 멈춰섰고, 시간당 전력수요는 7383만㎾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추위는 한반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지구 북반구 전체가 꽁꽁 얼어붙었다. 중국 네이멍구(內蒙古)는 최저 기온이 영하 46.9도까지 떨어졌고, 유럽 지역에서는 최소 150명이 추위로 숨졌다. 이 같은 이상 한파의 원인을 국내 연구진이 주축이 된 국제 공동 연구팀이 밝혀냈다. 1979년부터 2012년까지 기상 관측 데이터와 최신 기후 모델을 이용해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다.

극지연구소 김성중 극지기후변화연구부장 연구팀은 거의 매해 겨울 잇따르고 있는 이상 한파의 원인이 북극 해빙(解氷)의 감소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2일 밝혔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서다. 연구결과는 이 저널의 하이라이트 논문으로 소개됐다.

연구팀은 북유럽 인근의 바다, 특히 바렌츠-카라해 영역의 해빙이 줄어든 시기와 한파의 연관성에 주목했다. 바렌츠-카라해는 적도에서 따뜻하게 데워진 바닷물이 북쪽으로 올라와 북대서양에 도달하는 곳에 위치한다. 그만큼 대양과 해양의 온도차가 크다. 초겨울(11~12월) 이곳의 해빙 비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해에는 한 두 달 뒤(이듬해 1~2월) 어김없이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 한파가왔다. 2012년 경우 바렌츠-카라해의 해빙 비율은 20% 정도에 불과했다.

북극 해빙 감소 지역에서 열과 수증기 방출(붉은 화살표) ? 대기 파동의 형태로 성층권으로 전파 ? 성층권에 있는 북극 소용돌이 약화 ? 대류권에 영향 ? 동아시아 지역의 지표 온도 냉각 ? 한반도 한파?폭설 등 발생 [자료 극지연구소]

연구팀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이 해빙이 녹으며 방출되는 열과 대기 파동(행성파, planetary wave)이 대류권은 물론 성층권의 온도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북극 성층권에는 흔히 극(極)소용돌이(polar vortex)라고 불리는 편서풍이 분다. 중위도 지역과 북극의 기압차 때문에 생기는 강한 바람이다. 평소 이 소용돌이는 북극의 냉기를 가둬두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북극 상공의 기온이 올라가면 중위도~북극간 기압차가 줄고 덩달아 소용돌이의 힘도 약해진다. 그 탓에 갇혀있던 냉기가 중위도까지 내려와 이상 한파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김성중 연구부장은 연구 결과에 대해 “지구 온난화에 따라 북극 온난화가 증폭되고 그 영향이 우리가 살고 있는 중위도 지역에까지 미친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북극 온난화 증폭은 북극의 온난화 경향이 지구의 다른 지역에 비해 3배쯤 빠른 현상을 가리킨다. 극지연구소는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북극 해빙 변화를 고려한 기상ㆍ기후 예측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북극권 국가인 노르웨이 극지연구소와의 협력 연구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한별 기자 idst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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