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개입…종이호랑이 나토의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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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개입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행동에 나서야 하긴 하는데 역부족인 까닭이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4일부터 이틀간 영국 웨일즈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동유럽 회원국에 배치할 나토 신속대응군 창설을 추인할 예정이라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신속대응군은 육·해·공군을 포함한 1개여단(3000~5000명) 규모로 48시간 내에 위기 지역에 배치하는 것이 목표다. 폴란드 등 일부 나토 회원국은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해 병력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다고 나토가 러시아를 억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선 나토 내부 의견부터 갈라진 상태다. 미국과 영국, 동구권 국가들은 러시아의 위협에 맞선 ‘나토군의 동진’을 주장한다. 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도 지난달 “나토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은 ‘신냉전’을 부를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실제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러시아는 냉전 후 체코·폴란드 등 동구권 국가는 물론,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에스토니아·라트비아 등이 나토에 가입하는 것을 불편하게 지켜봐야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내가 원하면 2주 내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점령할 수 있다”며 “서방은 러시아가 핵무기 보유국 중 하나란 사실을 잊지 말라”고 경고했다.

반면 나토는 유럽 경제위기에 따른 군비 감축에 러시아의 부활이 겹치면서 외화내빈의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모양새다. 지난 2월 러시아가 15만명의 병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와 발트 3국 접경지대에서 군사훈련을 벌였지만 나토가 5월 에스토니아에서 실시한 군사훈련에는 6000명이 참가했을 뿐이다.

결국 나토의 군사개입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카네기 유럽연구소의 울리히 스펙 연구원은 포린폴리시와에 “미국이나 EU 모두 푸틴의 야욕을 꺾기 위해 전쟁으로 가려 하지는 않을 것이며 다른 대안도 없다”고 비판했다. 폴 손더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소장도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러시아가 에스토니아나 라트비아를 침공해 서구를 당황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서구 지도자들이 러시아가 감히 나토 회원국을 공격할 리 없다고 생각한다면 푸틴의 오판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기 위해 무엇이든 할 의지가 있음을 분명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창우 기자 kcwsss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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