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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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는 84년에 열리는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남북한단일팀을 구성, 참가하자고한 조상호 대한체육회장의 제의는 전두환대통령의「1·12및6·5제의」의 기본정신에 따라, 우선 체육분야에서 민족적 화해의 계기를 마련하려는 노력의 하나라 할수있다.
조회장은 또한『가능하다면 내년에 뉴델리에서 열리는 아시안 게임을 비롯한 각종국제경기에 단일팀을 내보내자』는 제의도 덧붙이며 단일팀구성을 위한 실무회담의 조속개최를 촉구했다.
남북한 단일팀 구성문제가 논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63년 IOC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중재로 직접 대화가 있은 이래 여러차례 거론되었지만, 선수단 구성이란 본질문제의에 호칭·국가·국기등 정치적 기본사항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북한측의 일방적인 정치선전 때문에 번번이 결렬되고 말았다.
79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작년의 모스크바올림픽때 북한은 이 문제를 들고나왔으나 대회를 불과 몇달 앞두고 내놓은 제의라 우리의 삼가를 저지하려는 그들의 얕은 속셈만 드러냈을 뿐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여기에 비해 대한체육회의 6·19제의는 충분한 시간 여유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종전과는 다른 뜻을 지닌 것이며, 특히 전대통령의「6·5제의」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어 남북대화에 임하는 우리의 계실한 자세를 입증하고있다.
남북이 분단된지 3O여년이 지나도록 아직 이렇다할 대화채널을 갖지 못하고 체육분야에서의 교류마저 실현치 못하고 있다는 것은 경위야 어떻든 민족적 수치가 아닐수 없다.
그동안 남북한은 국제무대에서 축구·배구·탁구등 여러종목에서 격돌, 대체로 구기에서는 우리가 우세를 보였으나, 육상·역도등 열세의 종목도 있었다.
스포츠대결에서 패배했을 때의 실망은 인지상장이겠지만, 이긴 경우라도 무조건 기뻐할수만은 없었던 것은 양식있는 국민들의 솔직한 심분이었다.
66년 런던 월드컵대회에서 북한팀이 강호 이탈리아를 이기고 8강에 진출했을 때 재구교포들은 희색을 감추지 못했었으며 이것은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남북이 단일팀을 구성해서 함께 뛸수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제의의 핵심은 이같은 순수한 민족감정에 호소했다는 점이다.
이데올로기 설립으로 지금과같은 이질화가 심화된채 또 몇10년이 지난다면 단일민족으로서의 동질성은 찾기 어려운 사태가 올 우려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무슨 방법이건 시도해 보아야한다.
6·5제의에 이은 체육교류제의는 생각컨대 현여건하에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생각이다.
물론 단일팀 구성에는 커다란 어려움이 있다.
정치와 스포츠의 분리가 한낱 이상논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북한사회의 내부사정이나 경직성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어떤 일이 있더라도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대화노력은 포기할수도 없고 또 포기해서도 안된다. 조국의 평화통일이야말로 우리세대가 꼭 이룩해야할민족지상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우리측의 이번 단일팀 구성제의는 정치색을 배제하면서 민족의 동질성을 확인하고 이를 회복시키기 위해 우리로서 할수있는 호의를 다 보인 것이다.
숨막힐 것과 같은 현재의 남북관계를 타개할수 있는 길은 오직 대화를 통해 남북간의 장벽을 허물고 상호신뢰의 기반을 조성하는 것뿐이다.
스포츠교류를 기점으로 신뢰의 기반을 쌍자고한 재의마저 거부할 명분은 어떤 구실을 붙인다해도 성립될수 없다.
응답을할 시간적 여유는 충분히 있다. 북한은 이번 제의가 지닌 이러한 뜻을 깊이 새겨 무조건 호응해줄 것을 촉구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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