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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불 일본인 유학생 끔찍한 범행|구혼 거절 당한데 충격…권총으로 사살|시체 토막내 트렁크에 숨겼다가 들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파리에 있는 32세의 한 일본인 남자유학생이 네덜란드 여학생을 살해한 후 그 시체의 일부를 먹은 혐의로 구속됐다고 프랑스경찰이 16일 밝혔다.
고오베(곤호)출신의 「사가와·이세이」로 알려진 이 일본인학생은 「레니·아르테벨트」(25)란 여학생을 총으로 쏘아 죽인 후 시체를 토막내서 2개의 트렁크에 나누어 숨겼음을 경찰에 자백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학생은 지난15일 파리의 인기있는 공원인 브와드불로뉴에서 「아르테벨트」양의 머리와 수족 및 몸통이 담긴 가방들이 발견된 후 체포했다.
지난 77년4월부터 파리에서 프랑스어를 공부해온 이 일본유학생은 지난11일 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르테벨트」양이 그의 아파트로 찾아왔을 때 그녀에게 구혼을 했으나 거절당하자 권총으로 사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이 보도되자 파리의 일본인사회는 이 사건이 현재 유럽6개국을 순방중인 「스즈끼·젠꼬」(영목선행) 수상의 네덜란드 도착일을 불과 이틀 앞두고 보도됐다는 점에서 충격을 받고있다.
한 신문은 일본인학생이「아르테벨트」양의 몸통을 부엌칼로 토막낸 후 그중 얼마를 냉장고에 넣어두고 지난12일 밤과 15일 두 차례에 걸쳐 먹었다고 보도하면서 그가 인육을 먹고 싶은 충동을 극복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실토했다고 전했다.
이 학생은「아르테벨튼트」을 죽인 다음 날 슈퍼마키트에서 두꺼운 종이로 만든 트렁크 2개를 사서 토막낸 시체를 담은 다음 가방을 처치하려고 택시를 불러 탔으나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하자 아파트로 되돌아 왔다는 것이다.
13일 저녁 그는 다시 가방을 든 채 택시를 타고 브와드불로뉴로 가서 이 가방들을 공원연 못에 던지려했으나 한 부부가 쳐다보자 가방을 내던진 채 뺑소니를 쳤다.
그는 이 부부가 가방을 열어보려다가 피가 새어나오는 것을 보고는 경찰에 달려가 도망친 사람이 동양인 외모의 남자인 것 같다고 신고한 뒤 체포됐다. 16일 파리경찰을 방문하여 살해소식을 전해들은 일본대사관의 한 직원은 당국의 말을 인용, 이 학생이 비정상이라는 증거가 없으며 살해 사실을 자백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랑스 경찰은 범죄의 성격이 예사스럽지 않기 때문에 정신감정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일본외무성은 현재 런던에 체류중인「스즈끼」수상에게 이 사건에 관한 긴급보고서를 보냈다고 외무성대변인이 밝혔다.
대변인은 이 보고서가 대사관으로부터 보내온 상세한 정보를 담고 있다면서 이 살인사건이「스즈끼」수상의 프랑스 및 네덜란드방문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 미리 경계시키려는 뜻에서 그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일 국민 모두 충격 범인은 영문석사>
일본인들은 「사가와·이세이」사건이 이곳 신문의 1면에 크게 보도되자 충격을 받고 있다. 정계와 재계 인사들도 이 사건을 놀라움으로 받아들였으며 이 사건으로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물론 세계에 일본의 위신이 크게 손상될 것을 우려했다.
일본의 저명한 경제학자「우찌하시」씨는 이번 살인사건은 일본문화가 퇴행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며 나아가서는 공포와 피로 대변된 사무라이시대의 재현까지 물고 올지 모른다고 염려했다.
범인「사가와」는 오오사까 대학에서「셰익스피어」연구로 영문학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파리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가와바따」(천단강성)의 작품에 끼친 프랑스의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사가와」는 붙임성과 유머가 없는 학생으로 일본에서 그의 교수들과 종종 학문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였다.
1백50cm의 단구에 소심한 사람으로 알려진 그는 급수처리 장비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구리따 회사의 회장 집 아들이어서 가정형편은 유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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