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한변협의 경솔한 세월호특별법 추진방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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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역대 대한변협 회장 4명이 1일 대한변협을 방문했다. 정재헌 ·천기흥 ·이진강 ·신영무 등 전임 회장들은 현 집행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세월호특별법과 관련해 ▶수사권·기소권 부여가 법치주의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는 점 ▶변협 내부 의견 수렴이 소홀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고 한다.

 위철환 협회장은 “대한변협이 추진하는 세월호특별법에는 수사·기소권 부여 내용이 들어가지 않았는데 오해를 받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 회장의 해명만 들으면 원로 회장들이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특별법을 추진하는 변협의 태도엔 짚고 넘어갈 문제가 많다. 우선 변협은 수사·기소권 부여가 변협의 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7월 16일 위 회장 명의로 나온 변협의 공식 성명서엔 “특별위원회에 독립적인 지위와 수사권이 부여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어 24일 변협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변호사 1043인 선언을 발표했고, 8월 25일 변호사 대회를 통해 특별법 제정을 재차 촉구했다. 사실상 변협의 공식 입장으로 굳어진 셈이다. 특위에 수사·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는 부분이다. 법리 여부를 떠나 기존의 특별검사제도를 활용하면 충분하다는 의견도 많다. 더구나 변협은 특검을 상설화하는 데 가장 앞선 단체다.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이 터졌을 때 변협은 한시적 특검을 주장하던 여당(국민회의)을 비판하고 특검 상설화를 지지한 바 있다.

 변협이 내부 여론을 충분히 듣지 않은 것도 문제다. 변협 내부에선 세월호 법률 지원에 참여한 젊은 변호사들의 주장에 집행부가 휘둘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협은 내부에서도 이견이 많자 이제야 상임이사회를 소집해 명확한 입장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결국 상임이사회나 대의원회의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고 수차례 공식 성명서를 발표했다는 얘기다. 1만7800여 명의 변호사가 소속돼 있는 변협은 변호사 징계권 등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가진 단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변협이 보여준 행태는 성급하고 경솔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