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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의 처 2명, 법원구내서 탈주 목격-밝혀진 소매치기 탈주 극 전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탈주한 소매치기 일당은 도주직후인 5일 하오5시10분쯤 서울 목동409에 있는 이상훈의 집에 들러 이는 자기 집에서 옷을 갈아입었으며 노와 우는 하오5시30분 신길동에 있는 공중전화박스 앞에서 다시 만나 이의 어머니 김옥윤씨(54)가 가져온 옷을 갈아입은 뒤 내연의 처를 동반, 흩어져 도주했음이 드러났다. 공범 중 현장에서 검거된 이형기(22·전과2범)를 집중 수사해 온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이중근 대검 검사)는 또 8일 이로부터 ▲탈주 계획은 5월19일부터 구치소 안에서 이상훈이 세워 일당에게 전달했고 ▲도주 후 용산역 앞에서 모인 다음 부산에 사는 이의형을 통해 선원수첩을 얻어 라스팔마스로 달아나고 ▲이 작업을 위해 노와 우의 내연의 처들이 각각 2백만원씩을 마련키로 했다는 자백을 받았다.
이들의 탈주계획이 단시일 안에 가능했던 것은 교도소측이 이들이 공범인 줄을 모르고 이와 우홍식·이형기 등을 한 감방 안에 넣어 충분한 모의를 용이하게 한 것이었다.
수사본부는 이제까지의 조사에서 이들의 탈주계획에는 적어도 내연의 처인 여인 3명, 검거되지 않은 소매치기 공범 1명 등이 관련된 것으로 밝혀냈다. 이들 중 노은상의 애인 윤석자씨(23·서울 오류동14의 275)와 이상훈의 어머니 김옥윤씨를 7일 하오 검거, 조사중이며 거액의 도주자금을 마련해 함께 잠적한 노은상의 내연의 처 문인자씨(22)와 우홍식의 내연의 처 서두래씨(26·전과1범) 등을 전국에 지명수배 했다.

<탈주 후 행적>
수사본부의 철야심문을 받은 윤석자씨에 따르면 5일 우홍식의 내연의 처인 서두래씨와 함께 공판정에 방청하러 나갔다가 이들의 탈주헌장을 목격하고 이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기 위해 목동 이의 집으로 가보니 이가 먼저 와 있었다.
노와 우는 이를 집 앞에 내려준 다음 서울 신길동 녹십자병원 근처 공중전화박스 앞에서 기다리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이는 회색바지, 흰 테니스 복장의, 밤색잠바를 갈아입었다.
이상훈의 여동생(21)에 따르면 오빠가 러닝셔츠바람으로 허겁지겁 집으로 들어와 옷을 찾기에 『어떻게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너는 상관하지 말라』며 옷을 갈아입고 2, 3분 뒤 윤씨와 함께 허겁지겁 집을 나갔다.
이와 윤양이 택시를 타고 약속장소에 가보니 우와 그의 처 서두래씨, 노가 기다리고 있었으며 이들을 만난 지 10분쯤 지난 뒤에 노의 처 문씨와 이의 어머니 김씨가 옷 보따리를 들고 도착했으며 그곳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이 자리에서 노와 처 문씨는 『인천쪽으로 간다』며 먼저 떠났고 우와 처 서씨도 『조용한 곳으로 가겠다』며 뿔뿔이 흩어졌고 이도 혼자 떠났다.

<탈주모의>
두목 노은상의 형(징역3년)이 확정된 5월19일부터 부두목격인 이상훈이 계획에 착수했다.
이는 1차로 같은 감방 안에 수용된 김광일씨(20·택시강도피의자)를 협박, 디스크치료를 위해 허리에 차고있던 요대 속에 든 스테인리스 철심4개를 빼내 세면장 시멘트바닥에 갈아 네자루의 칼을 만들었다.
이어 이는 자신의 세부계획을 매일 하오3시30분부터1시간씩 있는 재소자순화교육시간에 이형기를 통해 노은상·우홍식 등에게 전달했으며 노 등은 면회 온 내연의 처를 통해 탈주 후 필요한 자금을 마련토록 했다. 이상훈 등은 6월3일 이후 면회 온 가족들에게 『중형이 내려질 것 같으나 감옥살이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훈은·지난해 7월부터 2개월 동안 서울 공항동에 있는 에어포트호텔에서 지배인으로 있으면서 영어 등 5개 국어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비상한 머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명의 여인>
노의 처 문인자씨와 우의 처 서두래씨는 이들이 소매치기행각을 벌일 때부터 서로 친하게 사귀어 온 사이. 서씨는 소매치기 전과 경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씨는 남편 우가 구속된 뒤 장남(7)은 친정에, 딸(4)은 경기도 포천에 사는 친척 주모씨(30)에게 맡긴 후 떠돌이 생활을 해왔다.
경찰에 따르면 서씨는 1주일에 한번씩 아이들을 보러 친정에 들렀는데 지난2인 공판정에 간다면서 집을 나간 후 종적을 감추었다.
노의 처 문씨는 5일 하오5시10분쯤 서씨로부터 『옷을 갖고 나와라』는 연락을 받고 집을 나갔다. 문씨와 서씨 등 두 여인은 호스티스 출신으로 뛰어난 미모에다 언제나 최신 유행되는 옷차림을 하고 다녀 주위에서는 사모님으로 통해왔다는 것.

<수사>
일당의 도주를 도와준 노의 애인 윤석자씨와 이상훈의 어머니 김옥윤씨를 연행한데이어 이들의 보복가능성에 대비해 라이벌 소매치기들이 살고있는 춘천·궁평 등지에 형사대를 보 냈다.
경찰은 또 이들과 거래해 왔으며 이 사건 후 자취를 감춘 장물아비 이모씨(34)를 쫓고 있다.
수사본부가 이제까지 밝혀낸 범인들의 연고지는 노은상이 9곳, 이상훈이 4곳, 우홍식이 5곳.
사건발생 이후 수사본부는 모두 3천3백55명의 정·사복경찰관을 동원하는 한편 이들이 붙잡힐 경우 발악적인 난동을 부릴 것에 대비해 기동타격대의 출동을 지시했다.
경찰은 범인들이 관내에 은신해 있는데도 이를 발견하지 못할 때는 관할서 수사과장을 엄중 문책할 방침이다.
한편 합동수사본부는 사건발생 이틀째인 6일 하오 탈주범들이 빼앗아 타고 가다 버린 택시 뒷좌석 아래에서 죄수복바지·밤색바지 각각 1벌과 절이30㎝쯤 된 스테인리스칼1개, 수갑1개 등을 새로 발견했다.

<제보>
수사본부에는 8일 상오까지 모두 7건의 시민제보가 접수됐다.
5일 하오6시35분쯤 서울 대림동 한국야쿠르트직매장 옆 골목에서 3명의 청년이 옷을 갈아입는 현장을 보았다고 이모씨(30·대림1동)등 3명의 주부가 신고했다.
이씨 등은 대림시장에 갔다 오는 길에 골목길에 50대여인 1명이 트렁크에서 옷을 꺼내 3명의 청년이 갈아입도록 도와주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는 것.
이 장소는 범인들이 택시를 버린 성모병원주차장에서 40m쯤 떨어진 곳이다. 이때 이씨가 50대 여자에게 『옷장수냐』고 묻자 이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아니다』고 대답했으며 이미
청년1명은 회색바탕에 꽂 무늬T셔츠를 입고 서있었고 다른 1명은 더벅머리에 검정색 상의를 입고 옆에 앉아있었다.
한편 5일 하오6시쯤 주범 노와 과거에 함께 일했던 김모씨가 서울 신길동 우신극장 옆 골목에서 노 등2명을 보았다고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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