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손·얼굴 문지르며 콩팥·위장 다독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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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식 자생의료재단 이사장

그의 집안은 7대째 의술을 업으로 삼았다. 아버지는 양·한방을 병행하는 보기 드문 의사였다. 아버지가 왕진갈 때마다 그는 자전거 뒤에 올라타 함께 따라다녔다. 그러던 아버지가 계단에서 넘어져 척추 골절로 6년 동안 누워 지냈다. 그때부터 그는 척추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한의사가 된 그는 1990년 수술 없이 척추질환을 치료하는 추나요법을 개발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 개인재산 617억원을 출연해 국내 첫 한방의료공익재단을 설립했다. 자생의료재단 신준식(62·사진) 이사장의 얘기다.

“투병 중에도 환자를 보살피던 아버지의 모습과 ‘의료는 공익’이라는 가르침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25년째 척추질환 치료에 집중해 온 신 이사장은 한때 사기꾼이라고 손가락질받기도 했다. 1990년대 당시 척추질환은 수술로 치료하는 게 당연했던 시절이었다. “비수술인 추나요법을 척추 치료에 활용하자 비난이 빗발쳤지요. 한의사들마저도 손가락질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관절을 맞춰 질병을 고치는 추나요법이 한방의료행위로 인정받고, 11개 한의대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된 상태죠.”

주변의 비방과 질타 속에서도 신 이사장은 묵묵히 제 길을 걸어왔다. 그의 최근 저서인 에세이집 『비 맞지 않고 크는 나무는 없다』는 이처럼 고충을 견디며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과 경험을 담아냈다.

현대인의 건강관리에 대한 조언도 포함됐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자생력’. “스스로 병을 치료하고자 하는 근본 힘이 바로 자생력이에요. 의사는 환자의 몸이 스스로 회복하도록 자생력의 발현을 도울 뿐입니다. 삶도 마찬가지죠. 인생에서 마주하는 고난·슬픔·좌절에 휘둘릴 것인지, 긍정적으로 대응해 삶을 변화시킬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또한 마음의 병을 경계할 것을 강조했다. 신 이사장은 “한의학에서는 인간의 감정을 ‘희노우사비공경(喜怒憂思悲恐驚)’이라는 ‘칠정(七情)’으로 나누는데, 이것은 인간의 오장육부와 밀접해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희(喜·기쁨)가 지나치면 심장에 부담이 간다. 복권 1등에 당첨돼 너무 기뻐하다 심장마비에 걸리는 경우다. 노(怒·화)가 많으면 간, 우(憂·근심)가 지나치면 폐, 사(思·생각)가 많으면 비장의 기능이 저하되는 원리다. 결국 모든 병은 마음에서 시작되며, 마음이 평안하면 오장육부도 튼튼해 건강할 수 있다는 게 신 이사장의 건강론이다.

마음을 평온하게 하기 위해 신 이사장이 추천하는 방법은 명상과 자기최면. “아침에 일어나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은 채 손바닥을 서로 마찰시킨 뒤 얼굴 구석구석 문지르세요. 손·얼굴은 오장육부와 연결돼 있어요. 얼굴을 문지르며 마음속으로 ‘콩팥아, 위장아, 널 혹사시켜 미안하다’고 속삭이거나 ‘힘든 지금의 상황 또한 지나가리라’며 자기암시를 거는 거죠.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신 이사장이 책을 통해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바로 ‘젊은이여, 꿈과 열정을 가져라’다. 그는 “요즘 젊은이는 능력을 첫째로 꼽지만, 꿈·열정 없이 좋은 스펙(능력)만 갖춘 사람처럼 안타까운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꿈과 열정을 따르다 보면 능력은 저절로 생겨나는 법이라는 것. 앞으로는 ‘한의학의 세계화’를 이끌겠다는 포부가 충만하다. 그는 “세계 어디든 한의학 인재를 보낼 수 있도록 전액장학금 인재 양성을 시작했다”며 “양·한방 융합의학을 위한 교육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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