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리포트] 보톡스로 종양 연결 신경 마비시켜 … 위암 진행속도 늦출 수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4면

근육 경련이나 주름 개선에 사용하는 보톡스가 위암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미국 의학전문 뉴스 사이트인 WebMD는 최근 사이언스 트랜스레이셔널 메디슨(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서 발표된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미국암협회 의료부장 렌 리첸펠드 박사와 연구팀은 종양과 연결돼 있는 신경을 보톡스로 마비시키는 방법을 실험 쥐에게 적용해 암 치료의 가능성 유무를 조사했다. 연구진은 사람의 위암과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 쥐의 위장 신경을 절단하거나 보톡스 주사로 마비시키는 등의 여러 가지 접근 방식을 시도했다. 연구진은 “두 치료법 모두 종양의 수와 진행 속도를 줄일 수 있었으며 생존율과 약물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 공동저자로 참여한 컬럼비아대 의료센터 티모시 왕 교수는 “보톡스가 신경을 무감각하게 해 위의 줄기세포와 암 줄기세포에 신호를 보낼 수 없게 하는 것이 원리”라고 말했다. 보톡스가 뇌에서 복부로 연결된 미주신경신호를 차단해 위암세포의 증식 속도를 늦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또 보톡스 주사 대신 미주신경을 잘라내거나 아세틸콜린 차단 약제를 투여해도 효과는 같다고 밝혔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위암으로 사망이 예상되는 환자는 약 1만1000명에 이른다. 위암은 대부분 초기에 통증이 없는 등 진행 과정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위암은 힘든 수술과 약물치료를 필요로 한다. 리첸펠드 박사는 “미국의 가장 흔한 암은 아니지만 비만과 역류질환의 증가로 특정 위암의 발병률 역시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위암의 비율은 동남아시아와 일본에서 훨씬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 치료법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흥미롭고 중요한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리첸펠드 박사는 “아직까지 치료 목적으로 병원에서 사용하기에는 연구가 더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의학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톡스 주사요법이 암을 치료하지는 못하지만 환자가 수술이나 항암 치료 없이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이 될 가능성은 있다는 평가다. 일반적으로 보톡스는 일시적으로 안면근육을 마비시켜 주름을 완화하는 미용시술에 많이 사용된다. 이 밖에도 사시나 겨드랑이 다한증, 과민성 방광 제어, 편두통 치료에도 보톡스 요법이 사용된다.

안민지 인턴기자 mjah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