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한하는 필라델피아 오키스트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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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색채감이 넘치는 현란한 음색, 거대한 폭포수처럼 밀려와 청중을 압도하는 볼륨으로 78년의 내한연주회에서 한국의 음악팬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안겨줬던 미국 필라델피아 오키스트러의 두 번째 내한연주회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거장 「유진·오먼디」의 지휘로 오는 27∼29일 서울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릴 이번 연주회에서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바이얼리니스트 김영욱씨가 협연을 맡아 더욱 화려한 무대가 될 것 같다.
1900년에 창단된 필라델피아 오키스트러는 미국에서도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졌으면서도 세계적인 교향악단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악단으로 꼽힌다.
초대지휘자 「프리츠·실」, 제2대의 「칼·포릭」을 거쳐 제3대 지휘자가 된 「레오폴드·스토코프스키」를 맞고 나서 필라델피아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여 세계 일급 오키스트러의 하나로 부상했다.
독일태생의 「스토코프스키」는 오키스트러의 악기배치에 큰 변화를 주어 그 이전 지휘자들이 무대 양쪽 사이드에 두었던 제l과 제2 바이얼린을 지휘대 왼쪽에 모았다.
무대 전면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제1과 제2 바이얼린·비올라·첼로를 배치했다. 첼로 뒤에는 콘트라베이스를 놓았다. 이러한 악기배치는 현대의 오키스트러에서는 어디든지 있는 것이지만 그 당시에는 「스토코프스키」가 처음으로 시도한 혁명적인 것이었다.
「스토코프스키」는 정기연주회에서 현대작품을 연주하는 등 미국적인 센세이셔널리즘을 악단운영에 도입, 성공을 거두었다. l916년에는 「말러」의 『천인교향곡』을 미국에서 초연하여 세계적인 오키스트러로서의 확고한 명성을 쌓았다.
「스토코프스키」는 19l2년 필라델피아 오키스트러의 지휘봉을 잡은 뒤 l936년까지 24년간 권좌에 군림했다. 그동안 19l7년에는 세계최초의 음반을 제작했고, 1929년에는 세계최초로 상업방송을 위한 연주를 했다.
「유진·오먼디」가 필라델피아를 처음 지휘한 것은 l930년. 그러나 31년 「토스카니니」의 대역으로 객원 지휘한 것이 크게 성공하자 그것이 인연이 되어 5년 뒤 필라델피아를 맡았다.
「오먼디」는 36년 중풍으로 은퇴한 「스토코프스키」의 뒤를 이어 제4대 지휘자 겸 음악감독이 된 것이다.
그후 45년째 「오먼디」의 장기집권(?)이 계속되어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에서의 「멩겔베르크」의 50년 넘는 기록(1895∼1947)을 바짝 뒤쫓고 있어 현대와 같이 변화가 극심한 세상에서는 참으로 있기 어려운 일로 초인적인 그의 능력과 됨됨이를 말해준다.
80년 그는 이탈리아 출신의 젊은 지휘자 「리카르도·무티」에게 상임지휘자 자리를 물려주고 명예지휘자로 물러앉았지만 그가 45년간 연마해온 이른바 『오먼디·사운드』로 일컬어지는 색채감 풍부한 음색, 청중을 압도하는 볼륨, 감미로운 연주는 영원히 필라델피아의 개성으로 전승될 것 같다.
「오먼디」가 맡은 후 필라델피아는 48년 최초로 미주전역에 TV연주, 1백만장 이상의 골든디스크 7장 기록, 73년 미국오키스트러로서는 처음으로 중공연주 등의 영광을 차지했다.
이번 필라델피아의 내한연주회에서 「생·상스」의 『바이얼린 협주곡』을 협연하는 김영욱씨는 두말이 필요 없는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바이얼리니스트. 6l년 13세의 어린 나이로 미국으로 건너가 커티스 음악학교를 다녔고, 카네기홀·링컨센터에서의 독주회, 「카라얀」과의 협연 등으로 세계적 명성을 쌓았다.
이번에 같이 무대에 서는 「오먼디」옹으로 부티 일찍이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연주가』 「레너드·번스타인」으로부터는 『진정한 천재』라고 찬사를 받았던 그는 순수하고 정열적인 연주로 듣는 사람의 마음에 깊은 감동을 준다.
김씨는 도미 2년째인 63년 필라델피아 주최의 청소년 콩쿠르에 l위 입상, 당시 「오먼디」지휘의 필라델피아와 첫 협연을 한바 있다. <글 박금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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