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우크라이나 진입"…유엔 안보리 긴급 이사회 소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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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이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동부 도네츠크 지역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터키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국가안보국방위원회 비상회의를 소집했다.

이 위원회의 안드레이 리센코 대변인은 “러시아 남부에서 우크라이나로 진입한 러시아 탱크ㆍ장갑차들이 전날부터 (우크라이나 남동부) 노보아조프스크를 공격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도시를 포격했다”고 밝혔다고 AP는 전했다. 리센코 대변인은 또 “군인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노보아조프스크 주둔 병력에 퇴각을 명령했다”며 동부 도네츠크시에 이어 남쪽 노보아조프스크까지 친러 반군에 넘어갔음을 시사했다.

러시아군은 탱크 10대와 장갑차 2대, 트럭 2대 등과 함께 2열로 늘어서서 우크라이나로 진입했다고 로이터ㆍBBC 등은 보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니코 탁 준장도 이날 “1000명 이상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안에서 활동 중이다”라며 관련 “러시아군이 (친러) 분리주의 반군을 지원하며 함꼐 싸우고 있다”고 전했다. 탁 준장은 러시아 포병부대가 우크라이나에서 이동 중인 위성사진도 공개하며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전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이날 ‘침공’이라는 표현은 삼갔으나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에 진입했다”며 “상황이 어렵지만 통제가능하다”며 국민에게 동요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국제사회 일각에선 이를 침공으로 규정하며 러시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 인접국인 리투아니아의 유엔 대사 라이몬다 무르모카이테는 트위터에 “이건 (러시아의) 침공”이라며 러시아 측을 강력 비난했다.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한 것도 리투아니아다.

국제사회는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위험한 긴장 고조 상태”라고 우려했다고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이 전했다. 두자릭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반 총장이 사태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있다”며 “국제사회는 더 이상의 긴장 고조를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추가 진입에 따라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가할 지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로이터 등 외신은 전했다.

러시아는 그러나 자국군의 우크라이나 침입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주재 러시아 대사 안드레이 켈린은 이날 “(우크라이나 남동부에) 러시아군인은 없으며 러시아는 이 지역으로 어떠한 군사 장비도 보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Pㆍ로이터 등은 “표식이 없는 2대의 장갑차와 6대의 군용트럭 행렬이 러시아 남부를 출발해 우크라이나 국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도네츠크 반군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3000~4000명의 러시아 민간인들이 우리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고 러시아타임스 등은 전했다. 그러나 CNN은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군사지원을 받고 있는 것을 자인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전수진 기자 sujin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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