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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고위 당국자, 한·미 을지연습 직전 평양 극비 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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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직전 비공개리에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북·미 관계에 정통한 미 국방부 핵심 인사는 28일 “지난 16일 1박2일 일정으로 미 정부 인사가 평양을 방문했다”며 “미 공군기를 이용했으며, 한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 북한 영공에 진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도 “한·미 간에는 사전에 정보를 주고받을 만큼 신뢰가 두텁다. 누가 갔는지, 어떤 협의가 있었는지는 외교 관례상 공개할 수 없지만 미 군용기가 북한을 방문한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북한 정부 당국자들이 평양에서 비밀 만남을 가진 건 공교롭게도 UFG 연습이 시작(18일)되기 직전이었다.

 미 당국자들이 자국의 공군기를 이용해 평양을 방문한 건 2012년 8월 이후 2년 만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에 UFG 연습 전날 미 공군기의 평양 착륙을 허가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북한은 UFG에 대해 매일 비난을 쏟아내고, 우리 정부의 2차 고위급 접촉 제안에 반응을 하지 않을 만큼 거부감을 보여왔다”며 “한·미 연합훈련 직전 미 공군기를 받아들여 북한과 미국이 고위급 접촉을 한 것은 북·미 관계의 진전을 예상할 수도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보안이 유지되는 공군기를 이용해 비공개리에 방문한 것을 고려할 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가 전달됐을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워싱턴 외교가에선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가 방북했을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킹 특사는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중국을 방문해 중국 내 인권과 인도주의 사안을 논의했다. 따라서 그가 중국 방문 직후 괌 등지로 이동해 공군기에 올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의 방북이 사실일 경우 케네스 배 등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석방 문제가 논의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공교롭게도 한·미 군 당국은 29일까지로 예정됐던 UFG 연습을 하루 앞당겨 28일 오후 종료했다. “훈련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돼 빨리 끝냈다”는 군 당국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UFG 연습을 조기 종료한 것은 북·미 간 모종의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억류자들이 석방되지 않은데다 북핵 등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겹겹이어서 장밋빛 전망은 성급하다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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