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은 성경책·헝겊손가방뿐 인파 뚫고 차 겨우 빠져나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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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테레사」수녀가 한국에 첫 발을 들여놓은 3일 하오의 김포국제공항 귀빈실은 축제분위기였다.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루치아노·알제로니」 「로마」 교황청대사, 「프란· 즈페」주한인도대사와 서울지구의 각 수녀회 대표, 서울 공항동 성당신자 등 2백여 명이 귀빈실 로비를 가득 메운 채 「테레사」수녀를 기다렸다.
김 추기경의 램프 영접을 받으며 푸른 줄무늬의 흰 무명 수녀 복을 입은 「테레사」수녀는 짐이라고는 갈아입을 수녀 복과 성경 등이 들어있다는 조그마한 헝겊 손가방 하나 뿐이었다. 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로비 앞의 어린이들 손을 어루만진 후 미소로 환영객들의 뜨거운 박수에 답례했다.
○…4일 상오 서강대에서의 방한기념강연회는 5천여 명의 신도가 몰려드는 바람에 혼잡을 이루어 김수환 추기경· 「스킬링스테드」서강대총장 등이 직접 호위에 나서 간신히「테레사」수녀를 강연장에 입장시켰다.
김 추기경은 강연에 앞선 인사말에서 『나는 괜찮았으나 「테레사」수녀가 하마터면· 몰려든 청중들에게 밟힐 뻔했다』 고 말했다. 강연을 끝내고 「테레사」수녀는 장소가 비좁아 못 들어간 3천여 명의 청중들을 위해 잔디밭에 나와 한번 더 강연하기도 했다.
○…「테레사」수녀는 강연에서 『성모가 예수를 사랑한 것처럼 우리 모두가 성체를 통해 「예수그리스도」를 사랑하자』 고 호소했다. 그는 또 가난한 사람들은 「그리스도」의 변신이니 변신해 나타난 예수인 가난한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참되게 예수를 사랑하는 일이라고 했다.
「테레사」수녀는 인간의 사랑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돼야하며 가정에서 형성된 사랑의 기쁨이 밖으로 번져나갈 때 세계평화는 달성될 수 있다고 역설하면서 각자의 가정을 제2의 「나사롓」으로 만들도록 노력하자고 호소하기도.
○…강연회가 끝난 후 성심수도원에서 점심을 든 「테레사」수녀는 이날 하오 승용차 편으로 대구로 내려가 자신의 방한을 초청한 이문희 주교를 만나고 강연회와 대구교구가 운영하는 희망원(고아원)을 방문했다.
1박2일의 대구일정을 마치고 5일 낮12시 상경, 삼선동 「사랑의 선교회」 한국지부를 방문하고 명동성당에서 또 한차례의 강연회(5일 저녁7시)와 기자회견을 가진 후 6일 상오10시 한국을 떠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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