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부녀 구하고 떠난 ‘의사’

중앙일보

입력

 
강원도 인제에서 물에 빠진 생면부지의 부녀를 구하려다 숨진 고(故) 한증엽(53)씨의 영결식이 27일 오전 11시 한양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뤄졌다.

한씨는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있는 이비인후과 원장이다. 한씨는 지난 24일 10여년 간 활동해 온 수영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강원도 인제군 소재 아침가리 계곡 근처를 등반 중이었다. 이날 오후 2시쯤 아침가리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던 초등학교 3학년 정모(10)양이 급류에 휩쓸렸다. 정양의 아버지인 정모(41)씨가 딸을 구하기 위해 계곡을 뛰어들었지만 거센 물살에 정씨마저 계곡에 빠지게 됐다. 한씨는 사고 현장 주변을 지나다가 우연히 정씨 부녀의 사고를 목격했다. "살려달라"는 정씨 부녀의 외침에 한씨는 반사적으로 계곡 물로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는 물에 빠진 정양을 물 밖으로 밀어올린 후 아버지 정씨를 구하기 위해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변을 당했다. 정양의 부친도 구조된 후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한씨는 한양대 의대를 졸업(13회)하고, 자양동에서 이비인후과를 개업해 운영해 왔다. 한씨는 90살 노모와 아내, 슬하에 중학생 딸을 남겨놓고 떠났다. 한씨의 유가족들은 26일 서울 중구청을 거쳐 보건복지부에 의사자 지정신청을 냈다. 대한의사협회 등은 한씨의 의사자 지정을 적극적으로 도울 예정이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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