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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 사회의 부정과 부패를 근절하겠다는 새시대의 결의는 연달아 색다른 제도를 낳고 있다. 공직자사회의 청탁 배격운동에 이어 앞으로 실시하리라고 하는 전 공무원의 개인별 청렴도 측정이 그것이다.
깨끗하게 처신하려는 공무원도 주위가 혼탁하면 자연히 물들게 마련이다. 이것을 제도적인 틀로 쇄신해보려는 것도 일책일 수 있다.
조선왕조 때에도 이품이상의 고위벼슬이 청백리를 추천하는 제도가 있었으며 70년대에도 청백사록을 작성한 적이 있다.
그러나 『성품이 고결하고 탐욕이 없다』는 「청렴」이란 말의 뜻을 되새겨볼 때 과연 이것이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쉬운 일인지 궁금하다.
공자가 제자 안회를 칭찬했다는 『일단사 일표음 재누항』의 교훈은 한줌의 밥, 한 그릇의 물을 먹고 누추한 곳에 살아도 즐거워했다는 청빈한 생활을 가리킨 것이다. 오늘의 시속이나 감각과는 먼 얘기 같지만 그런 정신의 자세·의지만은 시공을 초월하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사실 공무원의 보수는 한시도 평균생계비를 넘은 일이 없었다. 그런 현실에서 부정을 외면하고 국민의 세금 쓰기를 두렵게 알고 보수대로만 살려면 공자의 교훈대로 살아야 마땅하다. 이 원칙과 현실의 괴리를 국민은 모르는바 아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당신이 알고 내가 알고』-예의 사지교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선 부조리 척결 때마다 고위공무원의 재직 중 축재가 언제나 문제가 되었으며 이것은 사지의 교훈은 들어 황금을 거절하지 못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고결하고 탐욕 없는 성품을 측정하기란 그리 수월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고정의 제도를 구상한 그 충정은 이해가 간다. 말없이 사도에 충실한 많은 공무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만사를 제도로만 풀 수 없다는데에 있다. 바람직하기로는 공무원의 청탁만을 가리려 하지 말고 이것이 필요없는 사회를 만드는데 보다 더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국리민복의 아이디어를 짜내기에도 모자라는 시간에 관찰과 감시로 하부직원의 청렴을 재(척)야 될 사정이면 그것은 도리어 궁색한 느낌도 없지 않다.
왜 공무원은 청렴하지 못할까. 해묵은 질문이고 그 답변도 누구나 미리 짐작할 수 있다고 우선 공무원의 투철한 사명감을 당부하고 싶다. 만인에 봉사한다는 기쁨, 자기 개인의 일보다 나라의 큰일을 맡았다는 명예에 충실할 수 있어야 하겠다. 빠듯한 생활의 어려움을 타인으로부터의 존경으로 상살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도 중요하다.
또 이런 일은 누가 시켜서라기보다 자신의 의식혁명이 전제가 돼야함은 물론이다.
신분이 보장되고, 마음껏 자기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공무원제도의 장점을 더욱 더 여행해볼 시점에 와있다.
공무원의 처우도 착실히 개선되어야할 것이다.
부정에는 축재형도 있으나 생존형이 대부분이라는 현실은 쉽게 외면하기 어렵다.
항상 예탁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교원을 빼놓고 40만명에 이르는 지금의 공무원 숫자도 필연적으로 재검토해야할 것이다. 능률과 성실성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위직 공무원과 상위직 공무원의 구조적 균형도 생각해 보아야할 것이다. 보수를 적게 받고 그럭저럭 일하는 사람보다 많이 받고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상도 정립해 볼만하다.
이 사회가 다 오염돼 있는데 공무원만 깨끗해 가지고 정화되겠느냐는 반론도 있어왔으나 그런 무책임한 악순환의 논리로는 아무런 척결도 기대할 수 없다. 공무원사회만이라도 도덕적 결단을 통해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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