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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예체능 출신 변호사도 … 일부 서비스 질 저하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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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법무법인 정해의 배근조(38·로스쿨 1기) 변호사는 LG전자 반도체 연구소에서 3년간 근무했던 연구원 출신이다.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더 폭넓은 활동을 위해 2008년 로스쿨행을 택했다. 배 변호사는 현재 첨단기술과 관련된 기업 계약 자문을 주로 담당한다. 그는 “사회 경험과 현장에서 배운 지식들이 변호사 생활에 강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로스쿨 졸업생들이 잇따라 배출되면서 법조계도 달라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다양한 학문 배경을 가진 이들의 법조계 진출이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까지 로스쿨 입학생 1만2353명 중 6551명(53%)이 비법학 전공 출신이다. 공학(982명), 예체능(69명), 신학(25명) 계열 출신도 있다. 로스쿨 개원 직전인 2008년 제50회 사법시험의 최종 합격자 1005명 중 법학 전공자가 813명(81%)이었던 반면 비법학 전공자는 192명(19%)에 불과했다. 법무법인 광장 유원규 대표변호사는 “로스쿨 3년만으로 법률 소양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전문 분야에서의 자문 활동에 뛰어나고 발전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의 활동 무대도 확대되고 있다. 대한변협에 따르면 2011년 870명이던 사내변호사는 지난해 1621명으로 대폭 늘었다. 한국사내변호사회 김상민 변호사는 “사내변호사의 확충으로 기업의 법률검토가 빨라지고, 작은 부분도 법률검토를 거치게 되면서 불필요한 비용과 갈등을 줄이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기업의 법무팀장은 “로스쿨생들은 특권의식이 없고 사회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아 조직의 일원으로 잘 흡수되고 자기 전공 분야에서 적극성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행정기관이나 공익변호사로의 진출도 활발하다. 15개 로스쿨이 자체 집계한 1기 졸업생 취업 현황에 따르면 전체 졸업생 925명 가운데 112명(12.1%)이 공무원이 됐다. 특히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변호사 공채에 나서고 있다. 한 대형로펌의 변호사는 “지자체가 법률과 배치되는 조례를 만들어 행정소송 등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가 꽤 있다”며 “법률가가 유입되면 이런 문제점이 줄어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화여대 로스쿨 1기생인 김차연(31) 변호사는 졸업 후 공익법률지원재단 동천에서 여성·청소년 법률 상담을 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공익 변호사 활동에 전념하는 변호사 70여 명 가운데 20명가량이 로스쿨 출신이다.

 법률비용이 낮아지는 것도 눈에 띄는 효과다. 최근 강남의 한 캐피털 업체는 로스쿨 출신 K변호사와 월 50만원에 자문계약을 맺었다. 법률비용이 30%나 줄었다. K변호사는 “경험을 많이 하는 게 우선이라는 마음에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률서비스의 질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실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변호사들이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사건을 수임하지만 제대로 소송을 마무리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한 중견 변호사는 “사무실을 운영하려면 최소한의 돈이 필요한데 저가 경쟁을 하다 보면 양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며 “그럴수록 개별 사건에 쏟는 시간과 노력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전영선·박민제·김기환·노진호·이유정 기자, 신중후·박은서 대학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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