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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한국은요 … 외국 대학생들이 말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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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왜 한국 사람들은 밤늦게까지 술을 마셔?”

 “한국 축제는 왜 매년 프로그램이 바뀌지? 외국 축제는 100년 넘게 안 바뀌는데.”

‘LG글로벌 챌린저 2014’ 프로젝트에 참가해 한국의 산업현장을 탐방하고 온 외국인 대학생들이 지난 22일 마포의 한 카페에 모여 전통 기념부채를 들고 밝게 웃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제니스베크(카자흐스탄) 모니카(미국) 리사(러시아) 아크바르(우즈베키스탄) 바크부부(키르키즈스탄) 아미카(일본) 신웨(중국) 에라(네팔) 폴라(케냐). [최승식 기자]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2일 서울 마포의 한 카페.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외국인 대학생 9명이 저마다 ‘신기한 한국’에 대해 털어놨다. 이들은 ‘LG 글로벌챌린저’에 도전해 2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선발된 20명의 한국 유학생들 중 일부. 한국경제를 직접 보고 연구하겠다며 삼복 무더위에 전국을 종횡무진 탐방했다. LG그룹은 지난 1995년부터 대학생들의 해외탐방을 지원해 왔는데 올해는 20주년을 맞아 한국에서 유학 중인 외국인 대학생들이 한국 산업현장을 탐방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외국에서 배우는 게 정답인줄 알았던 20년 전과는 달리 이제 우리도 보여 줄 게 많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5개 대학별로 4명씩 선정됐다. 각 팀은 ‘한국의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연구’, ‘한국의 경제와 산업연구’, ‘막걸리 세계화를 위한 전략’, ‘한국프로야구 스포테인먼트의 세계화’, ‘한국 지역축제의 세계화’란 연구 주제를 제출했다. 최근까지 팀별로 10~15일씩 방방곡곡 돌며 빠듯한 일정을 소화했다. 이들이 보고 느낀 한국경제를 요약한다.

한국은 신재생에너지의 모범국가

케냐 출신인 폴라는 2011년 처음 한국에 와서 눈이 휘둥그레졌었다. “어떻게 온 나라에 24시간 전기가 들어올 수 있을까.” 고향땅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공학도로서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카자흐스탄 유학생인 제니스베크도 녹색에너지는 돈이 아니라 자연이 주는 선물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이들은 ‘환경파괴 없이 얻은 에너지’를 연구하기로 했다. 제주도와 강원도, 경북의 풍력발전소 현장을 방문하고 충남 태안에 세워진 대규모 태양광발전소, 경기 안산의 조력발전소도 둘러봤다. 

 ▶폴라=“한국은 적은 돈으로 잘 투자하는것 같아. 우리 정부에 그런 교육을 시켜달라고 보고서를 올릴 생각이야.” 

 ▶제니스베크=“정부도 정부지만 LG같은 기업들이 어린 학생들에게 신재생에너지 교육을 무료로 시켜주는 게 정말 인상적이었어. 우리나라 기업도 이러면 좋겠어.” 

 ▶폴라=“지금 나에겐 제주도가 가장 모델이야. 2030년까지 제주도는 신재생에너지로만 살 수 있는 ‘그린 아일랜드’가 될 거라고 확신해!”

‘글로벌 삘’ 막걸리, 한국서만 ‘아저씨 삘’

 갑자기 학생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다. 서강대 ‘막걸리팀’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들이 탐방주제는 ‘막걸리 세계화를 위한 글로벌 전략’. 예천 막걸리 축제, 공주 막걸리 양조장, 제주 막거리 회사와 양조장 등을 탐방했다. 1000개가 넘는 막걸리 종류에 모두들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한다.

 ▶리사(러시아)=“요즘엔 막걸리 문화가 조금 죽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어.”

 ▶아미카(일본)=“세계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데 정작 한국에선 전통적이고 소박한 분위기만 강조하는 것 같아.”

 ▶리사=“막걸리는 너무 특별한 술이야. 도수도 약하고 건강에도 좋아서 글로벌 트렌드에도 딱이야. 사케보다 더 뜰 수 있어. 러시아에선 한 병에 3만원이나 한다고.”

 ▶아미카=“와인처럼 젊은 여성들도 예쁘고 매너있게, 고급스럽게 마실 수 있게했으면 좋겠어. 많이 마시면 머리가 아플라나?”

 ▶리사=“막걸리도 소믈리에가 생겨서 설명도 해주고 음식궁합도 맞춰주고 하면 어떨까? 세계에 홍보하려면 여러 타깃을 잘 맞추는 게 필요할 것 같아.”

지역문화 활용한 프로야구, 시민의 자부심

 아크바르(우즈베키스탄)와 신웨(중국)이 속한 서울대팀은 한국 프로야구가 만들어낸 한국의 독특한 여가문화에 주목했다.

 ▶아크바르=“대구에서 태어나면 삼성팬, 부산에서 태어나면 롯데팬! 한국야구에서는 지역을 뺄 수가 없어. 지역문화를 잘 활용해서 야구팀이 곧 시민의 자부심이 됐어.”

 ▶신웨=“중국에서 여성들은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데, 한국은 야구에 관심없는 사람들이 야구를 즐기게 만들었어. 할머니가 손자를 업고 오고, 동네 아줌마들이 스트레스를 풀려고 나들이를 와. 정말 대단한 현상이야.”

 ▶아크바르=“질 좋은 비누만 만들게 아니라 샤워하는 문화를 만들어라, 바로 이 케이스지!”

 ▶신웨=맞아. 시장이 없으면 시장을 창출하라! 특히 SK 문학구장에는 잔디가 깔린 ‘그린존’이 있어서 가족들이 텐트를 치고 소풍을 가고 데이트를 해. 기발한 아이디어야.”

 ▶아크바르=“응원문화도 차별화 포인트야. 롯데는 아주 팬들이 미쳐버리는 것 같아. 무엇보다 대전구장에 갔는데 한화가 지고 있어도 팬들이 계속 응원해주더라. 우즈벡에선 홈에서 지고 있으면 돌맞아 죽을텐데 감동이었어.”

한강의 기적, 그 이유를 알아냈어!

 ‘한국은 어떻게 짧은 기간안에 놀라운 경제발전을 이뤄냈을까.’

 바크부부(키르키즈스탄)와 에라(네팔)는 포항의 포스코, 울산의 현대제철, 창원의 LG전자 공장 등을 탐방한 뒤 “이제 그 이유를 알 것 같다”고 했다. 어린 여학생들은 탐방기를 얘기하며 감격에 겨운듯 울먹이기도 했다.

 ▶바크부부=“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발전한 나라 중 하나야. 한국 사람은 아무리 힘들어도 해내는 것 같아.”

 ▶에라=“내가 가슴에 새긴 건 ‘적극적으로 생각하면 다 이길 수 있다’는 말이야. 현대 아산 명예회장님(정주영)도, 포스코 박태준 회장님도 그렇게 말했고 실제로 그렇게 된 거지.”

 ▶바크부부=“포스코나 현대제철은 어마어마한 기업이 됐지만 처음엔 모두 가난한 사람들이 만들었어. 부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보고 나라를 위해 희생한 거야. 우리나라는 자원은 있는데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에라=“창원에서 놀란건 여자들이 많고 아주 열심히 일한다는 거야. 보통의 여자들도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됐어.”

 ▶바크부부=“포스코는 (자체 감사에서) ‘우리는 브라이버리(뇌물)가 없다’고 보고서를 내면 정부에서 믿어.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아. 투명하고 부패가 없는 게 경쟁력이야.”

 ▶에라=“네팔에서 한국 프로덕트는 무조건 ‘넘버원’이야. 한국 기업은 작은 것 하나하나에 매우 신경을 써. 공장 바닥도 깨끗하고, 작은 스크래치만 생겨도 다 버리고 다시 시작하는게 성공한 이유가 아닐까?”

 ▶바크부부=“반도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인상적이야. 겨울에 따뜻하고 태풍도 없는 부산항에서 수출입의 70%가 이뤄지는 게 대표적이야. 몽골도 땅이 넓으니까 지형을 이용해서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애국심을 더 키워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해.”

일본 축제 100년 넘는데 … 한국선 왜?

 미국 보스톤 출신인 모니카는 연세대 한국학협동과정으로 지난 2012년 한국에 왔다. 국적은 미국이지만 부모님이 한국인인 모니카는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그는 평소 “서울중심이 아닌 다양한 지방의 한국문화를 접하고 싶었다”고 했다. 가장 좋은 통로는 지역축제였다. 더욱이 최근 몇년사이 한국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축이 돼 수많은 지역축제들이 성황을 이루고 있어 탐방주제로는 안성맞춤이었다. 강진과 고성, 제주를 중심으로 보성 녹차마을과 해남 땅끝마을도 다녀왔다.

 하지만 모니카와 친구들은 다소 실망했다고 한다. 같은 팀 친구인 요코와 유키(일본), 루이(중국)는 잠시 고국으로 돌아가 이날은 팀장인 모니카만 참석했다.

 ▶모니카=“이번에 둘러본 3곳의 축제 중에는 실망스러운 부분도 많았어.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도 있었는데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가 거의 안 갖춰진 게 상당히 충격적이었어.

 누가 대상이냐에 따라 축제의 프로그램이 바뀌는 것도 문제야. 세계적인 축제들은 내용은 안 바뀌고 사람들이 축제를 찾아 오는데 한국 현실은 너무 멀어보였어.”

 ▶아미카=“일본 마쓰리(축제) 중에는 백년 넘게 그대로인 것도 많아.”

 ▶모니카=“구조적인 원인도 있어. 정부에서 매년 어떻게 홍보했는지, 손님은 얼마나 왔는지 체크를 하고 성과가 낮으면 일몰제로 문체부 타이틀을 빼 버리니까 축제들이 성과주의로 흐르는거지. 이번 고성 당항포축제도 예산 문제로 공룡축제랑 합쳐졌어. 적어도 축제라면 그렇게 단기적인 시각으로 보면 안되지 않을까?”

글=이소아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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