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MRI로 환자 관절 입체 구성…정확도·안정성 뛰어나 완벽한 재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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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연세사랑병원 의료진이 퇴행성 관절염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인공관절 치환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 강남연세사랑병원]

김모(여·64·대구)씨는 극심한 무릎 통증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꺼렸다. 돈도 돈이지만 혹시 수술이 잘못되면 여생을 힘들게 살지 모른다는 걱정이 들어서다. 그동안 병원에서 주사와 약을 처방받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통증은 점점 심해졌고, 급기야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악화됐다. 퇴행성관절염은 말기로 접어든 상황. 애가 탄 김씨의 자녀는 강남연세사랑병원의 ‘맞춤형 인공관절’을 어머니께 권했다. 절개 정도를 최소화하고 수술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빠르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수술 한 달 전, 의료진은 MRI(자기공명영상촬영)를 이용해 김씨의 무릎관절을 3차원으로 파악했다. 3D 프린터는 이 자료를 토대로 김씨만의 ‘맞춤형 인공관절 절제 가이드’를 제작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김씨는 자전거와 산책을 즐기며 삶의 활기도 되찾았다.

관절 모양 파악해야 부작용 줄어

연골은 사용할수록 닳는다. 나이가 들면서 마모되고, 결국 뼈가 서로 부딪치며 관절에 염증이 생기는 퇴행성관절염으로 발전한다. 퇴행성관절염은 60세 이상 노인 2명 중 1명에게 나타날 만큼 흔하다. 퇴행성관절염은 손상 정도에 따라 초기에서 말기로 구분한다. 문제는 말기다. 약물이나 어떤 치료로도 효과가 떨어진다. 인공관절이 최선의 대안인 셈이다.

 인공관절은 세라믹이나 티타늄, 코발트와 같은 금속 등 인체친화적 재질로 만든다. 시중에 판매되는 인공관절 디자인은 150여 가지다. 수술은 기존에 손상된 무릎관절을 깎고 모양과 기능을 맞춘 인공관절을 이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수술을 받으면 통증 감소는 물론 퇴행성관절염으로 인한 다리 휨도 교정된다. 인공관절 의사들은 우스갯소리로 “축구 선수로 뛸 수 없지만 축구 심판은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얘기다. 만성질환이 없다면 수술 후 염증 발생도 전체 환자의 2% 미만이다.

 그렇다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공관절은 수명이 15~20년으로 한정돼 있다. 오래 쓰면 마모되고 연결부위도 느슨해져 효과가 떨어진다. 환자에 따라 수술 난이도도 천차만별이다. 개인마다 관절 모양이 다른 데다 생활습관과 관절염의 진행 정도에 따라 관절 모양이 꾸준히 변하기 때문이다.

강남연세사랑병원 무릎관절센터 권오룡 부원장은 “관절 모양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으면 다리 길이가 맞지 않는 ‘하지정렬 부조화’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인공관절이 빠지기 쉬울뿐더러 수명도 현저히 줄어 조기에 재수술을 받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절제가이드 사용, 인체 손상 최소화

의사의 경험에 의존하는 ‘인공관절 치환술’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로봇을 이용한 수술(Robodoc),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는 수술 등 다양한 수술법이 개발됐다. 가장 진일보한 방식으로 꼽히는 게 ‘맞춤형 인공관절’이다. 지난해 세계적으로 시행 횟수가 약 4만례를 넘겼을 만큼 입소문을 타고 있다.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은 CT나 MRI와 같은 기기로 환자 관절의 크기와 모양을 측정하고, 이를 설계도 삼아 3D 프린트로 ‘환자 맞춤형 인공관절 절제 가이드’를 만드는 것이다.

절제 가이드는 수술도구의 일종으로, 삐뚤어진 관절 모양을 잡고 인공관절이 들어맞을 수 있도록 깎아주는 ‘가이드’ 역할을 한다. 의사가 관절을 개복한 뒤 확인하는 시간이 줄어 정확도와 안정성이 모두 높다. 뼈·신경·근육 등 인체의 손상이 적고 균형이 맞아 인공관절 수명은 그만큼 길어진다.

강남연세사랑병원 무릎관절센터 서동석 소장은 “인공관절 수술 후에도 체중관리나 자세 교정 등 개별적인 노력이 더해지면 노년기에 제2의 삶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박정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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