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지 확장증' 여자가 많은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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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부터 박모(52ㆍ여)씨는 감기에 자주 걸리고, 기침이 멎지 않고 계속 나왔다. 흡연자인 박씨는 담배의 영향이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다. 하지만 최근 증상이 더 심해지면서 병원을 찾았고, 기관지 확장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선 “기관지 확장증이 몇년째 진행돼 평생 관리를 하면서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기관지 확장증 환자는 남자보다 여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기관지 확장증 환자는 7만5000명인데 이중 58.9%(4만4183명)가 여자였다. 최근 5년치(2009~2013년)를 봐도 이런 경향은 이어진다. 여자 환자 비율이 57.9~58.9%에 이른다.

기관지 확장증은 독감 바이러스로 인한 염증이나 감염으로 기관지벽이 손상돼 걸린다. 이런 염증이 오래되면서 기관지가 정상 상태로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난 상태를 말한다. 대개 만성으로 발전하며 한 번 기관지 확장증에 걸리면 완치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반복적 기침과 열, 짙고 많은 양의 가래 등이 대표적 증상이다. 심한 경우 호흡곤란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남자 보다 여자 환자가 더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가래를 덜 뱉는 습관’과 관련이 있다. 기관지에 염증이 생기면 가래가 끓기 시작하는데, 이 경우 몸밖으로 가래를 뱉어 배출해야 한다. 그래야 염증이 심해지는 걸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가래를 뱉는데 남자들은 거리낌이 없는데 반해 여자들은 상대적으로 꺼리는 경향이 있다. 환자 박씨도 “흡연자라 평소 가래가 잘 생기는 편이었지만, 주변 시선 때문에 속 시원히 뱉지 못한다”고 말했다.

성별뿐 아니라 연령도 기관지 확장증 발생과 관련이 있다. 지난해 환자 중 50대 이상이 전체의 85%를 차지했다. 그 중에서도 60대 환자(30%)가 가장 많았다. 나이가 들면서 면역력이 약해져 기관지 확장증에 걸릴 위험도 증가하는 것이다. 특히 어렸을 적 폐결핵·폐렴·백일해 등을 앓았던 고령자들은 기관지 확장증에 걸릴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번 병이 시작되면 완치가 힘들기 때문에 빠른 대응이 중요하다. 유세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위원은 “기관지 확장증을 예방하려면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등을 통해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초기 증상이 비슷해 처음에는 감기로 여길 수 있지만, 기침ㆍ가래 등이 장기간 이어진다면 바로 전문의를 찾아 진단을 받아야한다”고 조언했다.

장주영 기자 jy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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