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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식당 「드아부루조 대사관」-로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20분이면 식당에 들어가서 냉면 한 그릇을 뚝딱 먹고 나오는 우리네 식습벽으로는 이해 못하는게 「이탈리아」 사람이다.
억척같이 먹고 마시고 떠들고 노래하고 사랑하고…의회 의석의 3분의 1이 공산당이라는 것쯤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까짓것 교황의 불호령 한마디면 나라가 공산화되다가도 말 테니까….
부러울 이만큼 낙천적인 그들이라 그런지 점심시간을 4시간이나 잡는다.
『리스토란테·암바시아타·드아부루조』-. 우리말로 『식당 드아부루조 대사관』. 식당이름에 대사관이 붙는 것은 이 집이 「이탈리아」 외무성에 버금가는 외교적 명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주인의 호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북부 「드아부루조」 지방의 육류 발효 저장술은 유명하다. 멧돼지·노루·야생 조류의 고기를 갈아서 비방의 양념 처리를 한 후 「소시지」를 만들어 눈 속에 넣어 맛을 들인다. 몇달 후 꺼내면 아무리 오래 둬도 상하지 않을 뿐 아니라 맛도 변하지 않는다.
손님이 자리를 잡으면 대구 약령시의 노포처럼 주렁주렁 매달았던 고기를 한 소쿠리 따서 도마와 함께 내민다. 전부라도 썰어 먹으라는 배짱 또한 이집답다.
그래서 그런지 벽면에는 각국의 예술가와 VIP가 남기고 간 친필 「사인」이 즐비하다.
동행한 사람이 한국서 온 만화가라 소개하자 주인의 외교 수사가 대뜸 나온다. 『코리아가 야채 발효술 (김치를 이르는 듯)은 세제 제일이지만 고기 발효술은 「이탈리아」가 제일…』이라고 추켜세웠다.
소문난 집이라 문밖에는 항상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으로 성시인데 이 사람들을 위해 포도주를 계속 내간다. 물론 이 술은 공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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