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동당의 분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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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회주의운동이 경제위기에는 유달리 약하다는 말이 있다. 같은 말을 미국의 사회주의자「마이클·해링턴」은『「아이러니컬」하게도 「유럽」의 좌파들은 주로 자본주의경제가 번영을 구가할 때 정치적인 성공을 거두어 왔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이 바로 서구좌파정당들에는 심각한 시련기임에 틀리없다. 서구의 실업자총수는 1천만명선을 돌파했고, 만성적인 무역적자는 늘어나고 공업생산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서구의 사회당과 공산당들은 한참 내분의 홍역을 치르고있다.
서독에서는「슈미트」수상이 사회당좌파로부터 핵무기에서「데탕트」에 이르는 모든 문제로 호된 공격을 받는다.
「프랑스」에서는 4월의 대통령선거라는 대사를 앞두고 사회당과 공산당은 제휴보다는 불화의 길을 택했다. 「스페인」과「이탈리아」에서는「유러코뮤니즘」의 노선문제로 공산당안에서 지도층에 대한 도전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유럽」좌파정당들의 위기가 가장 극적으로 표면화한것이 바로 영국노동당의 우파가 탈당하여 사민당을 새로 창립한 것이다.
영국경제는 지금 실업율 10%(2백40만명)와 15%의「인플레이션」의 중압에 눌려 30연내의 경기침체를 맞고 있으니「해링턴」의 말에 일리가 있다면 노동당이 무사할 수가 없는 일이다.
노동당은 작년 가을의 전당대회에서 좌파가 결정적으로 당권을 장악하여 일방적 핵군축, 구공시탈퇴, 아직도 사유로 남아있는 기업들의 국유화를 정책노선으로 채택했다.
거기다가 금년 정월의 임시당대회에서는 지금까지 의원총회의 권한에 속하던 당수 선출권을 분산시켜 노조에 40, 당지방조직에 30, 의총에 30%씩의 투표권을 주어, 총선거에서 노동당이 승리할 경우 수상이 되는 당수선출을 사실상 좌파가 독점하다시피 했다.
76년 노동당의 젊은 급진세력의 기수인「앤드루·베번」이 당청년국장에 선출될 때부터 쌓이기 시작한 우파의불만은 마침내 폭발의 계기를 잡았다.「셜리·월리엄즈」여사가 이끄는 우파의 소위「4인방」은 의회민주주의, 구공시 잔류, 혼합경제의 정책노선의 고수를 주장하면서 사민당의 참담을 결행하게되어 노동당이 1920년 창당이래의 위기를 맞고, 영국의 전통적인 양당체제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타임즈」「가디언」두신문의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새로 탄생하는 사민당이 지난 총선에서 14%의 득표를하여 이제까지 제3당의 명맥만 이어오는 자민당과 제휴할 경우 84년의 총선거에서 집권할 가능성이 있을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예상이 들어맞을는지, 아니면 인기없는 「대처」수상의 보수당이 어부지리를 얻을지는 확실치 않다.
사민당창설의 의미는 오히려 보수당의 흐리멍청한 노선과 노동당 좌파의 급진로선에 불만을 가진 영국 유권자들에게「제3의 길」이 열렸다는데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과 흥미는 좌파정당들의 내분과 좌절은 그들이 전매특허를 가진것 처럼 선전하는 복지정책이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경제를 신봉·실천하는 모든정당과 정부에 의해서도 적극적으로 채택되고 있다는데서 근본원인을 찾아야 한다는데로 쏠린다.
영국노동당의 분열이나 서구 좌파정당들의 갈등은 독점적인「간판」을 잃고「설땅」을 찾아 방황하는 모습이라고 할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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