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외국인 유학생실태|한국말 배우는게 최대의 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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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67년 정부가 외국인 장학생을 초청하기 시작한 이래 우리 나라에 와서 석·박사과정을 이수하고 귀국했거나 이수중인 외국인은 모두 92명(자비유학생 제외). 이들 중 이제까지 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없었으나 이번 졸업「시즌」에 처음으로 4명의 석사가 배출돼 외국인 유학생들간에 경사가 되고 있다.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유학생들의 주변과 우리 나라 외국인 유학생의 실태를 알아본다.
한국에 유학해 있는 외국학생들의 가장 큰 부담은 우리말의 실력이다.
대부분의 외국대학에는 한국어과가 없기 때문에 우리 나라에 유학 오는 학생들은 거의 유학 기간의 태반을 한국어 실력 배양에 빼앗겨야한다.
어학 실력이 어느 정도 쌓여서 제대로의 학문을 시작하려 하면 2년 만기의 거주자 「비자」는 시효가 만료된다. 외국인이 한국에 유학해 석사 이상의 학위를 취득하기란 실로 어렵다.
이 같은 악조건을 딛고 26일부터 시작되는 대학 졸업식에서 영예의 석사학위를 받게 되는 외국인 석사들은 「스리랑카」학생 「다이야라트네·에디리싱헤」씨(동국대), 태국학생 「찬차이·라왕크」씨(서울대), 인도학생 「비자얀티·B·파르타사라티」양(서울대), 일본학생 「나가또모·에이꼬」(장우영자)양(서울대) 등 4명이다,
「비자얀티」양(24)은 『한국의 동학난과 인도의 1857년 난의 사회경제적 고찰』(지도교수 한우근)로 문학석사학위를 취득했고, 「다이야라트네」씨(34)는 『상좌불구와 대승불구의 윤리관에 관한 비교연구』(지도교수 원의범)로, 「찬차이」씨는 『농촌개발과 교육-특히 한국의 새마을 교육을 중심으로』(지도교수 박용환), 「나가또모」양은 미군정 아래서(1945∼8년)의 한국교육과 일본교육을 비교한 『한·일 교육의 기본법규에 관한 비교연구』(지도교수 김종철)로 각각학위를 취득했다.
「스리랑카」의 소승불교와 한국의 대승불교를 비교하기 위해 유학했다는 「다이야라트네」씨는 사정이 허락하면 한국에서 더 머물면서 박사학위를 따내고 싶다고 말했다.
81년1월 현재 우리 나라 대학에 유학하고 있는 외국 국적인 학생은 모두 8백99명(문교부 통계) .이 가운데 정부 초청장 학생은 30명뿐이고 8백69명은 자비 유학생이다. 자비 유학생 중 6백7명이 화교다.
초청학생 30명을 국적별로 보면 일본인이 7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인이 4명, 인도인 3명,「네팔」인 2명의 순이다. 그밖에 「이란」 「콜롬비아」 태국 서독 「스웨덴」 「이탈리아」 「우간다」 「코스타리카」 호주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미국 「페루」 「가나」에서도 각각1명씩이 유학와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25명, 동국대대학원에 2명, 연세대대학원에 1명, 경북대학교 대학원에 1명, 전남대 대학원에 1명이 재학해있다.
이들 외국인 유학생들의 전공은 한국사가 5명으로 가장 많고 공학전공이 4명, 국문학전공2명, 교육학 전공 2명 등 이어서 순수 한국학 연구가 외국인들 사이에 관심을 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문교부는 해마다 우리 나라와 관계가 깊은 외국의 학생을 외무부로부터 복수 추천 받아 해당국 문교부의 확인을 받고 국내에 유치해 석·박사과정에 수학시키고 있다.
외국인 초청장 학생은 문교부로부터 매달 22만원의 생활비, 일체의 학비면제, 「아파트」 제공 등의 혜택을 받는다.
정부는 올해부터 초청장 학생의 범위를 확대해 1차로 금년에 19명의 외국인 학생을 초청하고 동숭동 전 문리대 자리에 이들이 숙식할 수 있는 국제회관을 세울 계획이다.
외국인 초청장 학생들은 석·박사 과정을 마쳐도 학위 취득의 의무는 없고 귀국 후 한국의 소개 등을 권유받을 뿐이다. <안길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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