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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무리한 징세? … 작년 돌려준 세금 3조 사상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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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KT&G·호텔롯데·한국GM·NHN·LG디스플레이·GS칼텍스·E1·동아제약·동서그룹·SK케미칼·코오롱글로벌·CJ E&M·국민은행·미래에셋생명·동양생명·교보증권·인천공항공사. 본지가 지난해 4월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한 기업 명단이다.

제조업에서 금융업, 대기업부터 중견기업은 물론 공기업까지 세무조사는 광범위했고 이례적으로 강도도 높았다. 경제계는 “경기도 어려운데 세무조사가 너무 가혹하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현대종합상사는 5년 전 7개월에 걸친 세무조사를 받고 500억원이 넘는 세금을 추징당했다.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을 통해 탈세했다는 이유였다. 이 회사는 추징액을 고스란히 손실 처리하면서 2009 회계연도에 400억원대 경상손실을 냈다. 그 바람에 부채비율도 400%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억울했던 회사는 소송을 냈고, 지난해 8월 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았다. 세금은 전액 환급됐다.

 재계의 엄살쯤으로 치부됐던 사례들이 통계로 입증됐다. 지난해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통해 추징한 세금이 8조6188억원으로 사상최고액을 기록했다. 종전 최고치인 2012년의 7조108억원보다 1조5000억원 이상 늘어난 액수다. 1건당 추징액도 4억7700만원으로 전년의 3억8900만원보다 크게 늘었다.

세무조사 건수는 1만8079건으로 전년(1만8002건)과 거의 동일했지만 추징액이 크게 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다. 특히 법인사업자에 대한 추징액은 2012년 4조9377억원에서 지난해 6조6128억원으로 전체 추징액 증가치보다 더 많이 늘었다.

“지난해 세무조사 강도가 유례없이 높았다”는 기업들 주장에 일리가 있었던 셈이다. 공공기관에 대한 지난해 세무조사 추징세액도 2300억원으로 전년(595억원)의 4배로 급증했다. 2007년 4138억원 이후 최대치다.

 문제는 추징액만 급증한 게 아니라 세금을 잘못 부과해 되돌려준 국세환급금도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웠다는 데 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환급금은 3조336억원이었다. 전년의 2조8158억원은 물론 종전 최고치였던 2011년의 2조9409억원을 넘어선 액수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1조5889억원을 기록해 최고기록 경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환급금 중 납세자가 승복하지 않고 소송 등을 제기해 돌려받은 항목인 불복환급금도 역대 최고치인 1조1715억원이었다.

 국세환급금이 늘어나면 국세환급가산금의 규모도 덩달아 커진다. 지난해에만 3341억원이었고 과거 10년 동안의 총액은 1조8249억원에 달했다. 환급가산금은 납세자가 세금 납부 시점과 환급 시점 사이에 해당 자금을 사용하지 못해 발생한 손해를 보상해주는, 사실상의 이자다. 기업이 납부한 돈을 그대로 돌려주는 환급금과 달리 환급가산금은 고스란히 예산을 헐어 마련해야 한다. 잘못된 과세 때문에 세금이 낭비된 셈이다.

 박 의원은 “세금을 아무리 많이 걷어도 되돌려주는 게 많으면 세수도 확보하지 못하면서 환급가산금으로 세금만 낭비하게 된다”며 “무리한 징세행정을 자제하고 누수되는 세금을 줄여야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세수증대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 임환수 국세청장 후보자도 올해는 무리한 징세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18일 국회 청문회에서 “세무조사는 성실 납세를 유도하는 원래 목적으로 해야지 세수 확보라는 목표를 좇으면 효과도 없고 국민들만 불안해한다”며 “세정이 경제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국세환급금=국세청의 세금 산정 잘못 등으로 인해 되돌려받는 돈을 말한다. 납세자가 소송이나 국세심판 청구 등을 통해 세금을 돌려받는 불복환급, 납세 후 3년 이내에 오류가 발견돼 납세자가 관할 세무서장에게 세액 교정을 요청하는 경정청구, 경정청구가 없어도 국세청이 직권으로 세금을 수정해주는 직권경정 등의 방법이 있다. 납세자가 착오로 이중납부한 경우에도 환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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