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암환자 들어오자 전문의 5명 모여 동시 진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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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아산병원 암센터 1층 통합진료실. 송시열(방사선종양학과)·김동관(흉부외과)·도경현(영상의학과)·이대호(종양내과)·최창민(호흡기내과) 교수가 벽면에 걸린 환자의 CT(컴퓨터 단층촬영)와 MRI(자기공명영상촬영) 사진을 보며 의견을 나눴다.

 “5개월간 관찰했더니 양쪽 폐에 암으로 보이는 소견이 있습니다.” (도 교수)

 “암이 왼쪽에만 있다면 모르겠는데, 양쪽에 있어 아무래도 수술은 힘들 것 같습니다.”(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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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이어 환자 김모(66)씨가 들어와 다섯 명의 교수 앞에 앉았다. “언제부터 숨이 찼나요” “이전에 폐 관련 진단을 받은 적 있나요” 등 질문이 쏟아졌다. 이어 폐암 소견을 전달했다. 이 교수는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가 가능한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환자는 이날 오후부터 약물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다음 환자는 수술 뒤 폐암이 재발한 이모(78)씨였다. 이 교수는 “연세가 많아서 기관지 조직을 떼어내는 검사는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김 교수는 “몸이 많이 힘들 수 있으니 경과를 봐가면서 항암치료 시기를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의료진 5명이 공동으로 1시간 동안 폐암 환자 3명을 진료했다.

 지난 1일부터 중증 암환자가 한자리에서 의사 여러 명으로부터 진료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건강보험에 암 공동진료 수가(진료비) 제도가 신설됐기 때문이다. 선택진료비를 축소하고 4~5인 병실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등 비급여 항목을 개선하면서 중증 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강화하자는 취지다. 의사 4명이 환자를 보면 11만3210원, 5인 이상이면 14만1510원으로 수가가 정해졌다.

 이전에는 의사 여러 명이 암환자 1명을 진료해도 의사 1명이 진료한 것으로 간주됐다. 이 때문에 ‘의사 1명-환자 1명’ 진료 공식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의료계는 의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전문 영역이 세분화됐고, 치료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여러 진료 부문의 협력이 중요해졌다.

 이 교수는 “여러 분야 전문의가 모여서 논의하면 최적의 치료방법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다만 암 공동진료가 폭넓게 이뤄지려면 진료 시설과 인력 등이 확충돼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특히 암환자의 경우 여러 분야 전문의가 한자리에 모여 환자 얼굴을 보면서 진료하면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고, 시간도 줄이고, 최적의 치료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일부터 조기 퇴원한 환자에게 입원을 대체하는 서비스를 하는 가정간호 급여도 확대됐다.

박현영·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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