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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이버사 심리전, 국회 통제 검토해보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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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군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요원들이 2012년 대선과 총선을 전후로 광범위하게 정치에 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어제 사이버사의 정치 관련 댓글 수사 결과 발표에서 연제욱·옥도경 전 사령관을 비롯한 21명을 군형법 94조(정치관여 금지) 위반 등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고 밝혔다. 무더기 연루는 충격적이다. 여기에 사이버사 요원들의 정치적 중립 행위 위반도 도를 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글이 7100여 건에 이르렀다. 처벌 기준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정치 관련 글로 분류된 게시 글도 5만여 건이라고 한다. 사이버사 요원들의 모럴 해저드도 갈 데까지 갔다. 일부 요원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정당과 정치인을 비판하거나 지지하는 글을 게재했다고 한다.

 북한과 외국의 사이버 공격·스파이 행위를 방어해야 할 사이버사가 본분을 망각하고 자국민을 상대로 정치 관여를 한 것은 국기 문란 행위다. 군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기고 특정 정치인을 비방해 결과적으로 선거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일벌백계로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사이버사는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야 한다. 현대전의 최대 위협인 사이버 공격 대비에 집중하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조사 본부는 국정원을 비롯한 다른 기관과 연계된 조직적 대선 개입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당시 김관진(현 국가안보실장) 국방부 장관은 사이버사의 정치 관여 글 게시 행위를 보고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군수사 당국은 이 결과 발표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문제는 재발 방지책이다. 군은 사이버사의 정치적 중립 유지 보장을 위해 올 3월부터 합참 통제 아래 사이버 심리작전 수행 적법성심의위원회 등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군 자체 감시·감독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차제에 심리 작전에 대해선 국회나 외부 독립기관의 감독을 받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군에 대한 문민 통제의 원칙에도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