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보약 김현제(경희대 한의대 교수)|복용법과 금기(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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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아무리 좋은 보약이라 해도 복용법과 아울러 금기의 규율을 잘 지켜야 보다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한약은 복용방법이 복잡하고 번거로운 절차가 많아 간편한 것을 좋아하는 현대인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점이 있다.
그 때문에 오늘날 한의학계는 한약 복용방법의 현대화를 위해 간편화된 제제개발에 노력을 쏟고 있다. 즉 재래의 탕약을 집에서 끓여서 짜먹지 않고 미리 액체화시키는 「인스턴트」한약이나 분말로 정제·과립제 등을 만들어 언제든지 어디서나 복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같은 약효를 유지하면서도 복용이 간편한 한약은 아마도 몇 년 이내에 출현, 모든 한약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전망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한약을 쓰는 많은 사람들은 오랫동안 내려오는 습관 때문인지 약탕관에다 약제를 달여서 삼베수건에 짜서 복용하고 있다.
역시「인스턴트」한약이 완벽하다는 것이 증명될 때까지는 가정에서 이같은 방법이 쓰일 것으로 보이는데 재래의 한약 복용법·금기 등을 간추려 본다.
▲약을 달이는 그릇=흙으로 만든 질그릇이 제일 좋다. 구리·놋쇠·「스테인리스」그릇 등은 약에 따라 쓸 수도 있으나 흔히 쓰이는 숙지황이나 인삼 등이 들어간 보약은 쇠붙이 그릇에서는 산화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달일 때의 물의 양=약의 양에 따라 물의 분량도 가감할 수 있지만 대개 약의 조직이 단단한 보약제 종류는 물 6백㏄(2공기)정도가 좋으며, 일반약·감기약 등은 4백㏄정도를 붓고 달이기 시작한다.
▲달이는 시간=보약은 대체적으로 약한 불에 서서히 달이는 방법으로 2시간 정도가 좋으며, 일반약은 50∼60분 정도 달이는 것이 적합하다.
▲복용량=약을 짠물은 약1백50㏄(1컵)정도가 좋으나 마시는 사람의 기호에 따라 분량을 가감할 수 있다.
▲복용법=병이 인체의 상부에 있을 때는(보약의 경우는 상체의 장부를 보할 때)식후 약1시간 후에 복용하고, 인체 중신부를 다스릴 때는 식후 2시간 후에, 하체부를 다스릴 때는 공복에 먹는 것으로 되어있다.
한약은 대체적으로 식전 1시간∼식후 2시간 사이가 제일 좋은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사용회수=1일 2첩이 원칙이나 급성병일 때는 3∼4첩을 쓰기도 한다. 2첩을 합해 재탕을 하는 것도 약 성분의 완전추출을 위해 시행하는 편이 좋다.
▲금기사항=약을 먹고 난 뒤 입맛이 나쁘다고 사탕이나 단 과자를 먹는 것은 한의학 원리에서 보면 약효를 감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식사는 기름진 고기·술·비린 생선들을 피하도록 하며, 일상식사를 크게 바꿀 것은 없지만 녹두음식은 한약에서 백약의 해독제로 알려져 있어 제외시키는 것이 좋다.
약 복용 중에는 과로를 피하라는 것도 지켜져야 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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