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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보니 … "김수창 비슷한 옷차림, 다른 인물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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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김수창

“비슷한 옷차림을 한 남성이 있었는데 경찰이 오인해 나를 붙잡았다.” 대로변 음란행위 의혹을 받고 있는 김수창(52) 제주지검장(검사장)이 지난 17일 서울고검에서 해명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과 달리 당시 주변에 비슷한 옷차림의 남성은 한 명 밖에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익명을 원한 경찰 관계자는 18일 “체포 직전 시간대에 기록된 주변 CCTV 영상을 확인해보니 김 검사장과 비슷한 인상착의를 한 인물은 한 사람만 녹화돼 있었다”고 밝혔다. CCTV에는 남성이 부근을 배회하다 음란행위를 하는 듯한 모습이 찍혀 있다. 이런 영상은 모두 3개의 CCTV에 촬영됐다. 제주경찰청은 CCTV에 나온 인물이 김 검사장인지 여부를 가려달라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했다. 국과수 분석 결과는 이르면 19일 중 나올 예정이다. 경찰은 또 당시 현장을 지나간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을 수소문하고 있다.

 전날 “엄정한 수사에 방해된다면 검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인사권자의 처분에 따르겠다”고 했던 김 검사장은 18일 사표를 냈다. 제주지검에는 출근하지 않았고, 사표를 낸 배경도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현재 서울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바로 사표를 수리했다. 법무부는 “제주지검장직에서 물러나게 한뒤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철저히 수사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신고를 받아 김 검사장을 체포한 과정을 낱낱이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12일 오후 11시58분 한 여고생이 “어떤 아저씨가 자위행위를 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10분 뒤 경찰이 현장인 제주시 중앙로의 한 분식집 앞에 도착했다. 분식집 앞 테이블에 앉아 있던 김 검사장은 경찰을 보고 빠른 걸음으로 떠나려 했다. 술은 마시지 않았거나, 마셨더라도 소량에 불과한 정도의 상태였다. 경찰은 일단 김 검사장을 붙잡아 경찰차 뒷좌석에 태우고 신고자를 불렀다.

 신고자가 도착하자 경찰은 경찰차 밖에서 랜턴을 비춰 뒷좌석의 김 검사장을 보여줬다. 신고 여학생은 “녹색 티셔츠와 흰 바지를 입고 머리가 벗겨진 게 비슷하다”고 했다. 이에 경찰은 현행범으로 김 검사장을 체포했다. 체포된 장소는 김 검사장이 생활하는 관사에서 120m 떨어진 곳이었다.

 김 검사장은 신분에 대해 입을 다물다가 유치장에 들어가기 직전 제주지검장임을 밝혔다. 김 검사장은 17일 “검찰과 경찰 간에 갈등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억울하게라도 입건된 사실이 알려지면 검찰에 누가 될까봐 그랬다”고 설명했다. “산책을 하다 잠시 쉬려 분식집 앞에 앉아 있었고, 당시 비슷한 인상착의의 인물이 있었는데 오인해 나를 체포했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그러나 산책을 하다가 집을 불과 120m 남겨놓고 왜 앉아 쉬려 했는지 등은 의문으로 남아 있다. 현장은 주택가로 심야에는 인적이 드물다. 김 검사장이 앞에 앉아 있던 분식집은 오후 9시에 문을 닫는다.

박민제 기자, 제주=최충일·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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