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있는 금융

중앙일보

입력

이건호 국민은행장(왼쪽부터 넷째)이 신평화지점을 방문해 직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이 하반기 영업 개시일인 지난 7월 1일부터 사당로지점을 시작으로 영업점 현장 방문에 나섰다.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스토리가 있는 금융’을 실천하고 있는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이 은행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사내방송을 통해 “원칙과 절차를 지키고 윤리적이고 적법한 방식으로 영업하는 고객 중심 경영철학을 꾸준하게 실천하면 KB국민은행은 대한민국 금융사에 길이 남을 자랑스러운 리딩뱅크로 깊이 뿌리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각종 사건·사고에 따른 신뢰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근본적인 해법이 스토리가 있는 금융을 올바로 구현하는 것이라는 말도 했다.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직원들과 소통하는 스킨십 경영으로 국민은행이 스토리가 있는 금융을 실천하고 있다. 스토리가 있는 금융은 고객과의 관계에서 ‘은행에 얼마나 이익이 되는지를 생각하기보다는 고객 이익을 최우선시 하고, 진정성을 갖고 대하면서 고객의 상황과 니즈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마디로 적법하고 윤리적인 방식으로 고객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예를 들어 정기예금이 고객에게 맞는데도 은행 입장에서 마진이 높다는 이유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경우처럼 단순히 목표 달성을 위한 결과에만 매몰돼 영업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입장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제안하고 판매하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이를 위해 현재 새로운 고객관리 방식을 지원할 수 있도록 가치 향상에 중점을 두는 성과평가체계를 도입했다. 영업점에선 고객과의 관계를 심화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예를 들면 판매 시점에 ‘금융주치의’로서 고객에게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판매 사유를 명확히하고, 판매 후에도 만기나 수익률 등을 관리하고 안내하는 수행활동을 펴는 것이다. 이런 활동은 만기안내비율 등 기본지표가 좋아질 뿐만 아니라 펀드나 방카슈랑스 같은 주요 상품의 부적정한 판매비율이 감소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를 만들어 내고 있다.
 영업현장뿐 아니라 본부의 제도·프로세스·시스템 등 인프라도 개선되고 있다. 이는 영업점에서 고객과의 상담시간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우선 본부 부서에선 업무 프로세스 및 서비스 품질 혁신에 나섰는데, 올 하반기부터는 이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공간에 만족스러운 거래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서류 이미지화 등 영업점 업무 간소화에서 포터블 브랜치나 원격거래 서비스 같은 채널 개발, 최적 상품 제안 시스템 마련, 고객 보상 제도 개선, 보안 강화, 아웃바운드 마케팅 툴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방안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전체 직원의 혁신 마인드가 중요하다. 사내 인트라넷에 개설한 게시판 ‘스토리 있슈(issue)?’에 관련 제도 변경사항을 사전에 공지하고, 직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댓글을 통해 공감 여부를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4개월 동안 게시 글이 300여 건에 이르고, 전체 직원의 10%에 달하는 2000여 명이 조회했다. 영업점장은 직접 고객의 소리를 청취하고, ‘호민관 제도’를 시행해 고객 의견을 제도 개선에 반영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스토리가 있는 금융은 고객중심·과정충실·자율보장의 기업 문화가 뿌리내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seom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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