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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벽에 도전하는 산 사나이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한국 등산 학교는 l7일부터 24일까지 8일 동안 설악산 토왕성 계곡에서 겨울철 등반 훈련을 강행했다. 이 훈련에는 전국 각 대학 산악부 회원 60여명과 직장 산악인 10명, 지도 교사 20명 등 90명이 참가해 겨울 산에 도전하는 「알파니스트」들의 자세를 익혔다. 『산이 있어 사는 것이 기쁘고 산 때문에 죽음도 편하다』-.
눈부신 겨울 햇살이 빙벽에 부서지는 설악의 아침. 하늘을 찌르듯 우뚝 솟은 토왕성을 오르는 산 사나이들의 패 찬 함성이 영하 20도의 혹한에 얼어붙은 산하를 녹인다.
한국 등산 학교 (교장 권효섭) 학생들이 이 겨울철 산악 훈련에 여념이 없는 설악산 토왕성 계곡. 경사 70도의 가파른 암벽. 이 암벽을 휘감아 곤두박질하는 1백여m의 거대한 폭포가 얼어붙어 생긴 빙벽에 젊은이들은 목숨을 걸고 도전한다. 『「아이젠」을 힘차게 찍어라』 『허리를 펴고 엉덩이를 빼라』-「아이스·클라이밍」을 지도하는 강사들의 고함 소리가 군대의 유격 훈련장만큼 찌렁 찌렁하다.
지난 17일부터 1주일간의 강습에 들어간 이들은 설악산 입구 설악동에 「베이스·캠프」를 두고 단체 합숙과 합동 등반을 통해 겨울 산을 오르는 갖가지 기술을 익히고 더 높고 더 험한 산을 정복하는데 필요한 기초를 쌓기 위해 땀으로 온몸을 적시며 훈련을 거듭하고 있다.
설원의 바람소리가 일출을 재촉하는 새벽 5시. 가슴속까지 얼어버릴 듯한 새벽 공기를 들이마시며 6km를 뛰는 구보로 등산 학교의 하루가 시작된다.
훈련 내용은 「로프」 다루는 법, 빙설 및 빙벽 오르기, 「키켈」 사용법 등 겨울 등산의 기초 이론과 실기.
설악의 겨울 해는 짧다. 하오 4시, 훈련을 끝내고 숙소인 「베이스·캠프」로 가는 하산길. 고된 산 타기에 몸은 파김치처럼 흐느적거리지만 설악동에 내려와 맑은 산 정기를 들이 마시느라면 『왁자지껄』-젊음이 불꽃처럼 되살아난다.
익살꾼 강성용군 (23·건대 축산과 3년)이 먼저 경쾌한 산 노래를 한곡조 뽑는다.
『울적한 마음 달래려고/산길로 접어섰다가/나는 정말 반했다오/정말 멋있는 산 아가씨…. 』- 강군의 선창과 뒤따르는 제창-『구두는 해어지고 의복은 낡았어도/맑고 고운 그 눈동자/정말 멋있는 산 아가씨.』
산을 내려올 때까지 이어지는 노래 속에 어둠이 깃 들면 「알프스」 산록 마을을 닮은 설악동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랜다.
밤 10시-. 시들해진 여흥 끝에 잠자리를 마련할 때면 내일의 강 훈련을 위한 점호가 시작된다.
『긴장이 풀릴 때 사고 위험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인간이 자연 앞에 오만하거나 방자하게 행동할 때 자연은 무서운 재앙을 내립니다.』 등산 학교 부교장 안광옥씨 (59)는 이틀 후(24일) 설악산 최고봉인 대청봉 (해발 1,708m에 이르는 가장 험난한 「코스」인 백미 폭포「클라이밍」을 마지막으로 끝날 겨울 훈련을 앞두고 자연을 두려워 할 줄 아는 자세를 갖도록 일렀다. <김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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