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영국에서 가져온 대본들 국내에 소개-손숙<국립극단 배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나이가 서른을 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세월이 그저 달음박질을 하는 느낌이다.
연극을 한답시고 겁 없이 무대에 서기 시작한지 20여년. 작년에는 뜻밖에 외국에서 거의 한해를 보내게됐고 돌아와선 국립극단의 80년도 마지막 작품에 1년만에 처음 무대에 섰었다.
작년 한해에 나는 어쩐지 내 일생의 반을 모두 다 산 느낌이 든다.
우연히「파리」를 거쳐 남편(전 연극배우 김성옥씨)이 있는「런던」에 갔고 그곳에서 나는 내 여건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많은 연극을 봤다.
최상의 무대에서 최고의 연기로 감동적인 무대를 보여주는 그들의 연극을 구경하면서 나는 너무도 약이 오르고 부러워서 많이 울었고 그리고 깊이 반성도 했다.
돌아와서 1년만에 밟아본 무대는 예전처럼 그렇게 호락호락하고 만만하지가 않았다.
그만큼 조금 철이 들었다고나 할까? 연기자로서 새롭게 탄생했다는 느낌이다.
나의 새해 설계는 우선 영국에서 가져온 대본 중「라인」강의 감시』(릴리언·헬먼 작), 『위자(식물 이름)의 교훈』(아들·후가드 작),『낮과 밤』(톰·스토파드 작)등 감동 깊은 작품들을 국내 연극계에 소개할 생각이다.
또 하나 머릿속에서 구상하고 있는 것은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올 가을쯤 다시 출국, 이변에는 2∼3년 정도「런던」에 체류하면서 본격적인 연극공부를 시작해 보겠다는「뒤늦은 야망」이다.
연기자로서의 충실한 정진만이 지난 20여년간 무대에서 받아온 과분한 사랑을 갚는 길이며 한 개인으로서도 남은 시간을 후회하지 않게 사는 방법이 될 것 같아 내린 결단이다.
이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몇 년 후 다시 돌아와 무대에서는 불꽃같고, 주위 사람들에게는 믿음과 사람을 나누는 나 자신이 되고 싶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