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씹기·산책"을 신조로-국어학자 이희승 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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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사람은 우선 강기가 있어야해요』
평생 아픈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살았다는 일석 이희승 박사(86)의 첫마디다.
지금도 단국대학교 내 동양학 연구소의 형광등 아래서 안경없이 신문을 보거나 글을 쓰고있다.
젊어서는 위장이 약하고 비위가 안 맞아 고기 한점 제대로 들지 못했다.
『내가 생각해도 용해요. 장질부사·위장병·탈장·저혈압에 시달리던 내가 여든이 넘도록 일하면서 살수 있으니』 그러면서 이 박사는 자신이 지켜온 건강신조 3가지를 들었다.
첫째 마음을 단단히 하는 강기, 둘째 꼭꼭 씹어먹기, 세째 산책이라는 것.
40대 어느 해는 한여름「파라티푸스」에 걸려 두달 동안 독방에서 약 한첩없이 과일즙으로 병마와 싸워 이긴 일석이다.
또 그의 식사법은 소의 반추를 생각나게 할 정도로 유명하다.
한 공기의 밥을 먹는데 걸리는 시간이 보통50분. 이 박사는 2시간이라도 먹을수 있다며 허허 웃는다.
『하도 밥 먹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견디다못한 가족들이「오트밀」을 사다가 끓여 줍디다. 그러다보니 근20년 동안「오트밀」로 아침을 대신했어요. 그 대신 저녁은 내식대로 해요.』
이 박사의 또 하나의 특징은 소식주의. 보통. 공기 밥에다 점심이면 빵 한 조각과 우유가 고작이다.
하루의 산책도 빼놓을 수 없는 일과. 『매일 1시간 정도 걸어요. 낙산이나 성북동 뒷산이 내 산책「코스」요. 전에는 참 좋은 길이었는데「아파트」가 들어서고「터널」이 뚫려 공기가 아주 탁해졌어요.
그래서 이박사가 새로 찾은「코스」가 성북동에서 명륜동에 이르는 복원된 성벽을 따라 걷는 길이다.
일석은 13살에 결혼해 약골을 70여년 동안 보살펴 준 부인의 덕이 한없이 크다며 늦었지만 올해 안에 회혼례 기념시집을 펴내겠다고 노익장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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