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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도움 간청하는 이들 밀쳐내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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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에 주목하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서울 광화문광장 시복미사에서 던진 메시지다. 17일 충남 해미읍성에서 열린 ‘제6차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 미사’에서도 교황은 ‘가난’을 정면에서 겨냥했다. “여러분은 유혹을 받을 거다. 외국인과 궁핍하고 가난한 사람,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멀리하고 싶은 유혹을 받을 거다. 그 사람들이 바로 성경에서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라고 절규하는 이들이다. 그 절규를 되풀이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교황은 아시아 각국에서 온 청년들을 둘러봤다. 그들을 향해 귀를 기울이라고 했다. “그 사람들의 간청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찾는 부르짖음이다. 여러분 또래의 수많은 젊은이가 외치는 절규다.” 청년들은 숨을 죽인 채 교황의 메시지에 집중했다.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이것은 우리 각자의 마음에서 터져 나오는 절규다.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이 절규에 우리가 응답하자.” 교황은 그런 부르짖음이 다름 아닌 ‘기도’라고 했다.

 이어서 교황은 청년들을 향해 “그런 사람들을 밀쳐 내지 말라”고 주문했다. “마치 가난한 이들에게 봉사하는 것이 주님과 가까이 사는 데 방해되는 것처럼 밀쳐 내지 마라. 우리에게 도움을 간청하는 사람들을 밀쳐 내지 말라. 그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메시지는 강렬했다. 그렇게 프란치스코 교황은 젊은이들을 향해 삶의 나침반을 제시했다. “도움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간청에 연민과 자비와 사랑으로 응답해 주시는 그리스도처럼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 자신이 ‘가난의 성자 프란치스코’를 교황명으로 택했듯이, 청년들에게 ‘예수의 삶, 그리스도의 삶’을 등대로 삼으라는 의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이후 줄기차게 ‘가난한 이들을 향한 사랑과 관심’을 외쳤다. 교황은 아르헨티나의 빈민촌에서 그 필요성을 절감했다. 마약에 중독돼 팔과 다리를 잃은 아이들, 아무런 희망이 없는 아이들, 그들을 깨워 학교로 보냈다. 추기경 시절에 그가 발을 씻고 입을 맞추었던 마약 중독자 중에도 새 삶을 사는 이들이 있다.

 16일 시복미사에서도 교황은 “막대한 풍요 곁에서 매우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난다”고 지적했다.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부익부 빈익빈’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다. 17일 교황은 자신의 트위터에 한글로 “교회가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더욱 경건하고 낮은 자세로 가난한 사람들과 외롭고 병든 자들을 섬길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라고 적었다. 전날 시복식 직후에도 “부와 명성과 영예는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남겼다.

백성호·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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