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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청사건의 충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금 우리가 지향하는 「깨끗하고 정의로운 사회」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공직자들의 기강확립과 새로운 「모럴」의 추구이다.
나라의 살림을 맡고 있는 공무원들의 부정과 부패가 공직자 사회의 정직하고 성실한 기풍을 저해할 뿐 아니라 그것이 국민생활 전반에 걸쳐 막심한 악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공무원들의 비위와 부정이 뿌리 뽑혀지지 않는 한 나라의 건전한 발전은 기대할 수 없으며, 범국민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회정화 운동이 참다운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라고 아니할 수 없다.
전매청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관련된 부정사건이 사정당국에 의해 적발되었다는 것은 「새 시대」의 전제조건이라는 인식의 바탕에서나, 공직자사회에 대한 일대 숙정이 단행된 지 불과 반년 만이라는 점에서나 그 충격이 적지 않다.
또한 민원부서의 부조리가 하루 이틀에 척결되기에는 구조적으로 너무 뿌리가 깊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된다.
납품업자 지점과 물량 배정 및 물품 검수 등을 둘러싸고 전매청 직원 1백5명과 조달청 직원 6명, 국세청 직원 4명 등 모두 1백15명의 공무원들이 연루된 것을 보면 한 부처가 온통 혼탁의 회오리에 말려들어 부정을 저질러왔다는 얘기가 된다.
이러한 공무원 사회의 치부를 수사당국이 스스로 들추어 국민 앞에 밝힌 것은 공직자 사회의 비리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근절시키고 말겠다는 현 정부의 결연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특히 이번 사건 처리에 있어 전매청 차장 등 고위직에 대해서는 구속 등으로 엄히 다스리면서도 하위직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어 대부분 불문에 붙이기로 한 것은 공직자 사회의 새로운 정화방향을 제시해주는 주목되는 대목일 것 같다.
전두환 대통령이 29일 공무원 윤리헌장 선포식에서 『모든 공무원이 마음을 가다듬어 새 시대 창조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날 일시적인 과오로 징계를 받았거나 비위를 저지른 모든 전직·현직 공무원에 대한사면을 내각에 지시했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풀이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공무원의 기강확립과 공직자 사회의 부정부패일소를 내세우지 않은 정권은 일찌기 없었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이른바 부정부패일소, 서정쇄신 작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은 하위직에 대해서는 하찮은 잘못이라도 엄히 추궁하면서 고위직일수록 흐지부지 불문에 붙이고만 경우가 많았기 때문임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웃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진리는 외면한 채 송사리만 잡는다는 비난도 그래서 생겼던 것이다. 우리사회의 갖가지 비리나 부조리는 하루 이틀에 형성된 것이 아니다. 그만큼 구조적·제도적으로 뿌리깊은 것이기 때문에 이를 근절시키려면 무엇보다 그 파급범위가 큰 상위직의 부정을 가차없이 응징하고 다스리는데서 찾아져야한다.
사직당국이 전매청사건 수사에 있어 하위직에 대해서는 관용으로 대하고 상위직을 엄벌한 것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리고 뇌물을 준 업자들에 대해 형사처벌을 유보한 것은 현재의 어려운 경제여건에 비추어 현실감각을 살린 부득이 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당국은 앞으로도 고위직 공무원의 부정을 준엄히 다스림으로써 사회정화의 의지가 결코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단호한 것임을 만천하에 실증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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